컨테이너선의 운임결정 구조와 공급망 혼란기의 상생전략
하영석(계명대 명예교수, 전 한국해운물류학회장)
1. 정기선과 부정기선의 특성
해운기업은 수출화물의 컨테이너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정기선사(liner)와 수출품의 원자재인 철광석, 석탄, 곡물 등 대량의 벌크화물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정기선사(tramper)로 구분된다. 정기선사는 컨테이너선을 가지고 고시된 운임률로 정해진 항로를 주기적으로 운항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번 서비스가 개시되면 운송비용의 대부분이 고정비용화 되는 특성 때문에 비용결정적 운임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비용에 근거하여 화주들과 운임인상협상(General Rate Increase: GRI)을 한다. 컨테이너 운송시장은 소수의 공급자가 있지만 완전경쟁적 시장의 성격을 보이는 경합적 시장(contestable market)이라 할 수 있다(Davies, 1986; Hirata, 2017).
반면에 부정기선은 선박공급이 중·단기적으로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가 변동됨에 따라 운임률이 변동하는 수요결정적 운임구조를 가진다. 정기선은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경직된 운송서비스인 반면, 부정기선은 다수의 공급자가 있는 완전경쟁 시장으로 소수의 선박으로도 영업이 가능하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스러워 Hit and Run이 가능하다.
코로나 초기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anghai Container Freight Index, 이하 SCFI)는 1,000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2020년 5월부터 상승을 시작하여 2022년 1월 초 5,109로 고점을 찍은 후, 현재 지수 1,0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SCFI 5,019는 2005년 지수가 공시된 이후 사상 최고치로 전무후무 할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따라서 컨테이너선사의 운임결정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코로나시기 해상운임률이 고공 행진한 원인을 살펴본다. 그리고 수출대란의 시기를 반추해보면서 글로벌 공급망 혼란기에 선화주의 협력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그림 1> SCFI의 변동 추이
자료: 상해항운교역소, 한국해양진흥공사 발표자료에서 발췌
2. 컨테이너선 정기선의 비용 구조
컨테이너선의 비용은 크게 선비, 운항비, 화물비로 구성된다. 선비는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선원비와 선박을 유지하는 소요되는 비용인 수리비, 보험비, 선용품비, 일반관리비, 감가상각비 등으로 구성된다. 운항비는 운송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으로 연료비와 항비로 구성된다. 화물비는 선박의 운항과는 별도로 화물의 선적, 양하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으로 터미널비용(terminal handling charge: THC), 하역비, 장치료, 검수료, 화물입항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외에 유가와 환율의 변동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유류할증료(bunker adjustment factor: BAF)나 통화할증료(currency adjustment factor: CAF) 등이 부과되기도 한다.
삼정KPMG의 연구보고서(2019)에 따르면 10,000 TEU급 컨테이너선의 단위당 운송비용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각 비용의 비중은, 선원비는 9.1%, 선원비 이외의 선비가 23%, 연료비가 46.3%, 화물비가 21.6%의 비중을 보인다. 따라서 연료비와 화물비의 변동이 운임률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3. 운임률의 결정구조와 SCFI의 급등 원인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컨테이너선박의 공급이 수요를 3% 이상 초과하였고, 그 결과 2005년 기준 컨화물 대비 컨선박공급 비율은 110% 수준이었다.(Jensen, 2018)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정기선사들은 단위당 운송원가를 낮추기 위해 18,000~23,000 TEU급 초대형 선박을 발주하여 원가 경쟁을 심화시켜왔기 때문에 선박 공급부족으로 인한 급격한 운임상승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림 2>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급격한 공급감소 및 수요증가
<그림 2>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상황에서 운송수요가 D1에서 Dc로 증가하여도 공급이 충분한 S1의 경우, 운임률(P1)의 변동은 거의 없다. 또한 공급량이 S2로 약간 감소하여도 운임률은 P2-P1 만큼만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더 이상 선박 재배치의 공급한계를 넘어서는 LL’ 이상의 수요가 있고(Dc)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Sc), 경직된 공급 특성 때문에 수요증가분이 그대로 운임률에 반영되어 운임률의 급격한 상승을(Pc) 초래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운임률 급등의 단초가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공급 측면의 가용 선박의 절대적 감소이다. 미국 서부항만의 장기 체선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중국 항만에서의 체선 증가 등으로 수백 척의 선박이 항만에서 발이 묶여있는 급격한 공급축소의 충격이 있었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인과 연계되는 것으로 주요 허브항만에서 항만노동인력의 부족과 파업 등으로 연계운송서비스에서도 병목현상이 발생하였다. 그 결과 항만적체가 심화되고 공 컨테이너의 회수가 어려워져 박스 부족현상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공급망의 경색이 초래되었다. 세 번째는 2016~2020년까지 해운불황으로 신조선 발주가 정체되었고 그 결과 신조선 인도량이 감소한 것이다. 2016~2020년까지 5년간 선박 발주량은 421만 TEU로 2021년부터 1년 6개월간 발주량 597만 TEU에 보다 적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 세계적인 재정확대 정책으로 내구재의 소비가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재고 부족 현상, 보복 소비 등으로 해상물동량이 증가한 것도 운임률 급등의 한 요인이다.
4. 선화주간 가치 창출 파트너십의 구축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운송은 무역의 파생수요(derived demand) 이다. 즉 운송은 무역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의 이행과 완결을 위해 부수되는 활동으로, 무역과 운송은 불가분의 관계 즉 바늘과 실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운송을 책임지는 선사와 화주가 공존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림 3> 기업 간 협력관계의 발전 단계
기업 간 협력관계는 일반적인 시장거래에서 시작하여 특정기업과의 반복거래를 거쳐 상호의존도가 강화되는 장기거래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장기거래관계의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상호의존성에 기초하여 서비스 수준, 서비스 품질 등을 감안한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장기거래에서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이 가치창출 파트너십(value-adding partnership)이다. 팬데믹 이전에 선화주간 파트너십이 잘 구축되었다고 한다면 우리가 겪은 심각한 물류대란이 발생했을까? 해외 항만 사정에 정통하고 화물수요 예측이 가능한 선사와 다양한 지역의 수출정보를 가진 화주 간에 긴밀한 협력과 정보 교환이 있었다면 공 컨테이너 부족 문제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운임률 급등에 따른 화주의 피해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미주향 화물의 50% 정도는 국적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일본의 장기운송계약 화물비중 80%와 미국의 우대운송계약(service contract)* 화물비중 9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경기침체로 글로벌 선사간 화물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적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의 확대는 선사의 안정적 운영은 물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화주는 시황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 할인된 운임률로 안정적으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고 맞춤형 물류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또한 장기운송계약 당사자 모두 빅데이터의 활용, 디지털 신기술의 도입, 시장정보의 교환, 신규 물류통로의 개척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복합적 위기와 공급망 혼란기의 외부 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장기운송계약의 확대를 넘어 선화주간 가치창출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대운송계약(sevice contract): 미국은 1984년 신해운법, 1998년 외항해운개혁법을 통해 해운동맹의 독과점금지법 적용배제를 용인하는 대신 화주에게 선사와 일정기간 일정량이상의 화물에 대해 운임, 서비스내용 등의 공표없이 양자 협상을 통해 우대운송계약(service contract)를 체결할 수 있게함. 단 화물명, 화물량, 선적항 및 양륙항, 계약기간은 FMC에 신고하고 공표하여야 함.
5. 맺는 말
현재 HMM을 비롯한 선사들이 화주들과 장기운송계약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CFI가 1,000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현물시장운임률(spot rate)을 기초로 장기계약운임률(contract rate)이 결정되기 때문에 화주들에게 매우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첨단기술동맹의 출현, 미중무역분쟁의 확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되며 국가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수출대란의 뼈아픈 경험이 선주와 화주간에 잠재되어 있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성공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협력모델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선사뿐만 아니라 화주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올 공급망 재편의 제반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장기운송계약을 넘어서는 가치창출 파트너십 관계형성이 요구된다.
<계명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명예교수 / hysok@k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