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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자국 우선주의, 유사입장국 또는 우방국 중심 연대가 확산되면서 각국은 공급망 재편과 자국 산업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WTO 체제 약화와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기존 글로벌 분업 구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으나, 동시에 규칙 기반의 공정 무역을 고수하는 중견국 간의 연합과 소다자 협의체의 논의도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미국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에 관세조치를 집중했다면, 2기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일방적 관세 부과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동시에 “중견국들이 ‘강대국의 강압’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고 강조하며 중견국 중심 연대 움직임도 이루어지고 있다.
CPTPP, RCEP, USMCA 등 소위 ‘메가FTA’라고 부르는 대형 지역무역협정은 불안정한 공급망 속 무역을 지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록 미국이 자국 주도 의제를 반영코자 USMCA 검토(review)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메가FTA는 세계 질서의 혼란 속에서도 무역 분절화를 방지하고 가치 공유국 간 시장 개방 확대와 비관세장벽 완화를 도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CPTPP는 전 세계 GDP의 14.3%에 달하는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관세 철폐율이 99%에 달하는 수준 높은 무역자유화를 추구한다. 동 협정은 높은 시장 개방 외에 신통상의제를 포괄하고 있으며, 이에 동참하려는 가입신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CPTPP 발효 이후 당사국간의 역내 수출은 연평균 3.2%씩 성장하며 ’24년 6,180억 달러에 달했다.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CPTPP 당사국은 ▲기존 FTA 미체결 국가로의 신시장 개척 및 관세 자유화, ▲서비스·투자 분야 고도화를 통한 경제 성장, ▲가치사슬 통합으로 공급망 안정화 혜택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CPTPP는 협정 고도화를 위한 개정 작업에 한창이다. 개정 사항을 검토하기 위한 첫 번째 총괄검토(General Review)를 ’25년 11월에 마쳤으며, 이 과정에서 협정 개정 권고사항과 개정 없이 개선을 논의하는 권고사항이 제시되었다. 권고사항 이행은 차기 CPTPP 위원회 회의에 보고되어야 하며, 2026년 말 전까지는 보고를 완료해야 한다. 권고사항에는 ▲통관 행정 및 무역원활화, ▲국경 간 서비스무역, ▲금융서비스, ▲전자상거래, ▲경쟁력 및 사업 원활화, ▲무역 및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등의 개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투자, ▲국영기업, ▲혁신, ▲성평등 주류화, ▲경제적 강압, ▲시장왜곡관행 등에 대해서는 개정보다는 개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규범 고도화와 동시에 CPTPP는 글로벌 통상 질서 재편에도 대응하고 있다. ❶높은 역내 시장 개방과 완전누적 원산지 규정으로 기업의 거래 비용을 감소시키고, 당사국 간 부품 조달과 투자를 촉진해 역내 공급망 회복탄력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❷EU, ASEAN 등 역외 경제블록과의 협력을 통해 규범 기반 무역 수호에 공동 대응하고, 무역 확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❸디지털 무역 규제가 증가함에 따라 인공지능(AI), 디지털 신원확인, 전자결제 등 디지털 분야 표준 재정립에도 나서고 있다.
CPTPP의 질적 성장을 지켜본 국가들의 신규 가입과 신청도 늘어나고 있다. ’24년 12월 영국이 첫 추가 가입국이 되며 협정의 확장성을 증명했고, ’22년 8월 가입 신청한 코스타리카는 최근(’26.5월) 가입작업반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며 2027년 열세 번째 당사국이 될 전망이다. CPTPP 당사국들은 인도네시아, UAE, 필리핀의 가입신청에 대해서도 ’26년 6월 예비 협의(preparatory discussions)를 개시하였다. 중남미 국가들의 CPTPP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그 중 ’22년 12월 CPTPP에 가입을 신청한 우루과이의 경우 ’25년 가입작업반 설치가 결정되어 협상 단계에 있다. 다만 일주일 간격을 두고 일찍 가입을 신청한 중국과 대만의 경우 각 시장의 규정 정합성과 양안 관계 등 비경제적 요소로 인해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가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핵심 통상의제를 선도하며 외연도 확장하고 있는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질서의 형성 과정에 참여해 우리 이해를 반영시키지 못한다면,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 입장과 상이한 질서와의 불일치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 우리 무역을 지켜낼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서 CPTPP 가입을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국내 취약 분야 이해관계자와의 숙의도 병행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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