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TPP에 다시 참여해야 한다”
미국의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최근 ‘아태 무역의 재점화 : 차기 행정부를 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로드맵’이란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가 주요 연사들의 발언내용을 정리해 알려왔다.
① 웬디 커틀러(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부임 첫 날 TPP를 탈퇴했으며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로써 TPP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호주와 일본 주도 하에 기존 TPP 국가들이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구축했으며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비준했다.
미국은 TPP에서 탈퇴했지만 여전히 TPP 규정들을 무역협정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일본과의 1단계 협정에서도 TPP 규정을 포함하면서 높은 수준의 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다.
차기 행정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TPP 재가입을 검토해야 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을 재건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현재 구축된 CPTPP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갈수록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경제적, 안보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많은 국가들이 이 지역과 경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이 지역 경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② 아서 시노디노스(주미 호주 대사)=현재 CPTPP 국가들은 미국의 TPP 재진입을 환영할 것이다. 미국의 영토 중 많은 부분이 태평양을 포함하고 있어 미국의 TPP 참여는 지역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미국이 TPP에 다시 참여할 경우 미국의 경제 능력과 높은 수준의 기술로 인해 TPP 참여 국가들이 더 큰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국가안보 면에서도 미국의 TPP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TPP에 참여한다면 동맹국들이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 행정부는 국내 이슈에 주로 집중하고 있으나 국제통상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③ 찬 헹 치(전 주미 싱가포르 대사)=현재 아시아 태평양은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으로 영국, 유럽연합(EU) 등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이 지역의 경제활동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영국, 태국 등은 CPTPP 참여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재 CPTPP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의 재가입을 환영하고 있다. CPTPP 국가들은 미국의 참여가 경제적 및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만약 미국이 TPP에 재가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합의 규정에 큰 변화를 요구한다면 기존 참여국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다. USMCA의 경우 TPP를 기반으로 체결됐으나 TPP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정을 채택한 바 있다. 만약 미 의회가 TPP 재가입 조건으로 이미 합의된 CPTPP 규정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강경한 협상 태도를 보인다면 협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④ 릭 라센(미 하원의원)=미 의회는 TPP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선거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 또한 의회와 행정부는 현재 국내 이슈 해결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어 TPP 이슈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미 의회는 아시아 태평양이 미국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 의회는 USMCA 협정을 체결하면서 기존 규정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해 환경, 노동 등에 대한 규정에 합의할 수 있었다. 미 행정부는 USMCA 협상에서 기존 TPP 규정을 많이 활용했지만 의회는 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했다. 규정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규정을 집행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USMCA 협정 체결 시 미 의회는 구체적이며 높은 수준의 집행 규정 등을 요구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위한 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다.
⑤ 찰스 W. 부스태니 주니어(전 미 하원의원)=아시아 태평양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 기업과 농축산업계가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는 TPP 참여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TPP 내에서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미국이 오랜 시간 공들인 TPP 규정들은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잃는다면 중국을 견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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