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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전쟁을 읽는 또 다른 10개의 시선

작성 2022.03.03 조회 3,986
러시아-우크라 전쟁을 읽는 또 다른 10개의 시선

막강한 내공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던 푸틴공의 '러씨 세가'가 '우씨네'를 공격한지 1주일이 넘도록 별다른 전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유맹'에 가입한 모든 방파는 물론 무림 최강 고수로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든공과 '미씨연맹'의 동맹방파들이 우씨네의 친구를 자처하며 지원에 나서는 한편 러씨 세가네 금고를 봉쇄하는 초식을 동시에 전개하자 전세가 확 바뀌고 있다. 이제 러씨 세가와 우씨네의 싸움은 사실상 무림 전체의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러씨 세가는 이유맹과 미씨연맹이 비열한 암수를 쓰고 있다며, 비장의 핵무기 초식까지 쓸 수 있다고 위협했다. 러씨 세가와 우씨네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무림연맹은 무림의 전 방파가 참여하는 총회를 열어 러씨 세가에 철수를 요구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1주일 만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프랑스군 제126 보병연대 장병들이 3월 1일 중부 브리브라가야르드에 있는 기지에서 루마니아로 떠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프랑스군은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루마니아에 500명의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1. 이번 전쟁은 러시아 vs 서방의 경제전쟁

이번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무기로 싸우는 전통적인 전쟁이 아니다. 겉으로는 다른 나라의 파병 없이 단지 두 나라만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비지원’으로 참전한 세계대전이다. 이번 전쟁에서 전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은 물론, 스위스 같은 중립국이나 전통적으로 친러시아 국가로 분류되던 헝가리까지 러시아에 등을 돌렸다. 러시아 편에 선 국가는 벨라루스,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북한 등인데 경제전쟁에서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나라들이다. 중국과 인도가 경제제재에 반대한다거나 중립을 지키겠다며 어정쩡한 입장이지만, 어쨌든 러시아 편을 들지는 못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퇴출은 사실상 서방이 러시아에 ‘경제핵무기’를 투하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 서방 국가가 동결한 러시아의 자산은 무려 1조 달러(약 120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패한다면 그 원인 중 하나는 경제제재일 것이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3월 2일 현재까지의 제재로 러시아 GDP의 6%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추가 제재가 이어지면 이 수치는 더 커질 수 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우리는 러시아 경제의 붕괴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2. 파병만 안 했지 사실상 참전한 미국과 동맹국들

무협 세상에서 초일류 고수인 ‘푸씨’가 평범한 무림인 ‘젤씨’를 공격했다고 치자. 이 때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한 주변의 많은 초일류 고수들은 젤씨를 위해 직접 나서서 싸우는 대신 그에게 엄청난 공력을 주입시켜주는 방법으로 푸씨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주변의 초일류 고수들은 이 대결에 참전한 것인가, 아닌가. 먼저 싸움을 시작한 ‘원죄’가 있지만, 푸씨 입장에서 보면 이는 명백한 ‘제3자의 부당한 참전’이다. 그래서 주변의 뭇 고수 전부를 상대로라도 싸우고 싶을 것이다. 핵무기도 있겠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각오로 나서지 못할 것은 없다. 

실제로 푸틴과 러시아 외무장관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성 중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파병만 안 했지 (경제제재라는 이름으로 참전한 것 외에)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미 참전한 것이다. EU는 우크라이나가 무기와 군사장비를 살 수 있도록 우리 돈 수천 억 원 규모의 자금을 대겠다고 밝혔다. 개별국가들도 적극적이다. 독일은 대전차 무기 1000정과 지대공미사일 500기를, 프랑스는 연료 공급과 함께 방어 장비를, 벨기에는 기관총 2000정과 연료 수천 톤을 보내기로 했다. 네덜란드와 체코, 리투아니아, 호주, 캐나다도 무기와 군사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3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3. 분쟁지역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는 가상화폐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발발한 직후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급락했으나,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가 결정되자 반전이 일어났다. 3월 1일 낮 12시 기준 1비트코인(BTC) 시세는 5180만원을 기록, 24시간 전 4560만원 대비 13% 가까이 급등했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러시아 기업과 개인은 수출입 대금 결제와 해외 대출 투자 채널이 차단되는데, 이번 가격 상승을 이끈 수요 상당수는 러시아 지역에서 발생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급락하는 루블화보다는 비트코인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비트코인 채굴 분야에서 세계 3위 수준이며, 러시아인이 보유한 비트코인 예치금 총액만 해도 약 28조8000억 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러시아는 할 수만 있다면, 가상화폐로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 할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이전보다 활발해진 점이 눈길을 끈다. 외신에 따르면 3월 초 기준 우크라이나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은 전쟁 발발 직후 이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으며 비트코인 가격 역시 7% 내외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편,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요청한 러시아 이용자에 대한 전면적 거래 금지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4. 러시아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한 지 1주일이 지난 3월 2일 현재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함락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군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외신들이 러시아 군이 4000명 이상 전사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인터뷰에 응한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2월 28일 현재 러시아 군 2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3월 2일까지 6000명 이상의 러시아 군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이 사망자 수는 푸틴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게 될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강력한 언론통제로 ‘입단속’ 중이다. 

푸틴 입장에서 어쩌면 더 큰 문제는 러시아 국민들의 민생이다. 이미 루블화 가치 폭락과 경제 불안으로 민심은 흉흉하다. 앞으로 제재에 따른 피해가 본격화되면 ‘고난의 행군’에 지친 민심은 푸틴과 러시아 정부에 ‘내부의 적’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특권층이자 푸틴의 이너서클인 ‘올리가르흐(Oligarchs)’와 특권 기업들에 서방의 제재가 집중되고 있는 점도 푸틴에게는 위험 요소다. 이들이 갑자기 적으로 돌아서지는 않겠지만, 푸틴으로서는 이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 밀랍인형박물관은 3월 1일 22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푸틴 동상을 철거했다. 최악의 경우 푸틴은 이 동상의 신세처럼 될 지도 모른다.

#5. SNS로 생중계되는 전쟁… 소셜미디어 파워

3월 1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는 자신의 공식 소셜네트워크(SNS)에 아이를 안고 두려움에 떠는 어머니, 상공을 가로질러 빌딩에 내리 꽂히는 포탄, 들것에 실려 가는 부상자, 탱크 앞에 무릎 꿇는 시민 등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는 영상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결의에 찬 메시지를 올렸다. 그녀의 메시지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세계인들의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평범한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전쟁을 중계하고 또 참상을 전하는 영상을 올려 외부의 도움을 호소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또 서로 항전 의지를 북돋우고 격려하는 등 온라인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때 CNN이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이 바그다드에 떨어지는 장면을 TV로 생중계한 이래 미디어의 전쟁 중계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소셜미디어는 전쟁 중계 미디어로서 뿐만 아니라 ‘제3의 무기’로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셜미디어 전쟁에서 러시아는 이미 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러시아 관련 사이트 및 계정·채널을 잇달아 차단하거나 노출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친러시아 선전물과 이용자들을 분리하려는 조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월 2일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대국민 방송 연설을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방 투자를 확대하고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6. 침략국가도, 피침국가도, 주변국가도 ‘국민만 피해’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6살 아이가 동네 슈퍼에 갔다가 러시아 군의 폭격에 맞아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재난 당국은 3월 2일 현재 민간인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수십만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주변국으로의 피란길에 올랐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400만 명 이상이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으로 탈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침략국인 러시아의 국민들도 피해자다. 많은 부모들이 죄 없는 젊은이들을 전선으로 보내고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페이 같은 러시아의 대중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이 중단돼 일반 국민들의 경제생활 불편도 심화되고 있다. 외국과의 교역이 막히고 물건 값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삶은 이미 팍팍해졌다.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1998년 러시아는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고 당시 러시아 중앙은행은 1만 루블화 액면가를 10루블로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단행했다. 러시아는 이번에 다시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부유층을 제외한 러시아인들은 이제 해외여행도 다니기 어렵게 됐다. 

한편, 전쟁 당사자도 아닌 EU 여러 나라의 국민들은 난방을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다. 러시아의 공급 중단 우려로 천연가스 값이 엄청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바람에 애꿎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호주머니를 홀랑 털어 돈 많은 사우디 왕자의 지갑을 채워주고 있다.

#7. 난데없는 유탄에 휘청거리는 나라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만 해도 김정은은 자신에게 유탄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서방이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자마자 깨달아야 했다. 더 이상 러시아에서 달러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에 많은 외화벌이 일꾼들을 파견했고 이들은 임금을 루블화로 받은 뒤 다시 달러로 바꿔 북한으로 보내왔다. 하지만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들어올 수 있는 달러가 30% 이상 줄게 된 것이다. 그나마 국제 금융제재로 북한에 돈을 보낼 길이 막혔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상당수 북한 외화벌이 업체들은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 계좌 등을 활용해 러시아에서 번 돈을 중국으로 송금한 후 다시 북한으로 보내왔는데, 이번 대러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 밖으로 돈을 보낼 수단이 차단됐다. 

태국을 비롯한 관광대국들도 뜻하지 않은 유탄을 맞게 됐다. 러시아 관광객은 지난 1월 태국을 찾은 해외 방문객 중 1위였다. 2월에 재개된 무격리 입국을 위한 신청자 수도 러시아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각국이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한데다 루블화 폭락으로 관광객이 사실상 입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태국의 한 연구소는 올해 남은 기간 러시아 관광객이 오지 않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0.2%에 달하는 관광 수입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광대국 몰디브 역시 1월에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2만973명, 7210명이 찾아왔으나 현재로선 피해가 불가피하다.

#8. 갑자기 커진 영국과 독일의 존재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서방의 ‘맹주’인 미국보다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자 즉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서 지원을 약속하고 이날 낮에는 가장 먼저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적거리는 EU에 대해 러시아에 제재에 속도를 높이라고 독려하고 러시아 재벌들에 대한 제재 칼도 빼들었다.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도 앞장섰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사이가 안 좋다. 19세기 초 중동과 아시아에서 러시아와 패권을 다퉜고, 최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스파이 독살사건으로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 영국이 특별한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이유도 있다. 1994년 우크라이나 등 3국이 핵폐기와 안전보장 각서를 작성할 때 미국, 러시아와 함께 영국도 있었다. 최근 브렉시트(Brexit)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줄어든 영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독일은 또 다른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이 산유국인 데다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도 낮아 경제제재에 자유로운 반면 독일은 비산유국이고 러시아에 대한 가스의존도가 서유럽에서 가장 높다. 그래서 전쟁 발발 초기에는 다소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월 26일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 등 자국 연방군이 보유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낸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숄츠 총리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독일의 국방 강화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는 점이다. 그는 “앞으로 해마다 독일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2% 이상 수준으로 늘리겠다”라고 밝히고 군대 현대화를 위해 올해 특별 연방군 기금을 설립, 1천억 유로(약 135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이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자국의 역사와 이에 따른 국민들의 강력한 반전, 평화주의 등을 이유로 방위 문제와 관련해서는 소극적 입장을 취해왔던 점과 국방비 지출을 GDP의 2%로 늘리라는 미국 등의 압박에도 계속 저항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전쟁은 독일을 정말로 ‘새 시대에 접어들게’ 하고 있다.

한편, 일본도 존재감 높이기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개전 이틀째인 2월 25일 러시아 개인·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과 비자(사증) 발급 정지 등을 포함하는 3가지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이어 3월 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아 정부 관계자 6명의 자산 동결, 러시아의 3개 은행에 대한 거래제한, 러시아 49개 단체에 대해 수출 금지 및 반도체 등 범용품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은 최근 사할린 등 북방 4섬의 반환을 촉구하다 러시아로부터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기의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번에도 미국의 제재에 앞장 서 보조를 맞췄다. 그 공으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은 기시다 총리는 황송해 했다.

#9. 전쟁을 이용하는 각국 지도자들의 정치공학

이번 전쟁은 많은 국가 지도자들을 위기로부터 구해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당사자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1월 23%에 불과했으나 전쟁 발발 후 91%로 수직상승했다.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는 등 지도자로서 처신을 잘한 덕분이다. 그는 이제 유수의 유럽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국제지위가 격상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전쟁으로 지지율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 2008년의 조지아 전쟁과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에는 지지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이번 전쟁 직전까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60%선이었다. 향후 이번 전쟁의 결과가 다시 그의 지지율을 결정할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대통령 당선 이후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전쟁으로 강력한 지도자 위상 구축에 성공했다. 3월 1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3%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지지를 표했다. 1주일 전 같은 조사의 34% 답변보다 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심지어 미국은 바이든의 지도력 아래 이번 전쟁을 서방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는 기회로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전쟁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영국의 존슨 총리도 뜻하지 않게 덕을 봤다. 그는 전쟁 발발 전까지 코로나19 봉쇄 중에 음주파티를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의회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존슨 총리를 이 위기에서 구했다. 그는 누구보다 앞장서 러시아 제재를 부르짖었다. 최근 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은 39%로 보수당의 34%보다 높게 나왔다.

#10. 대만을 둘러싼 역학관계의 변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뿌리를 같이 하고 있는 동족국가라는 의식을 가진 것 이상으로 중국은 대만을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묶어두고 있다. 심지어 무력을 통해서라도 통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는 대만의 심기는 그래서 불편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는데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강력하게 함께 싸워주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안심하는 눈치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미국의 안보분야 고위급 대표단은 3월 1일 대만을 방문해 대만의 안보를 ‘보증’했다. 3일에는 공화당의 유력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도 차이잉원 총통과 손을 맞잡았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월 26일 구축함을 중국이 자국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에 투입했다. 이 구축함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일부러 켜고 대만해협을 지났고, 상공에는 EP-3E 정찰기가 호위 비행을 했는데 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경거망동’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여기에는 반도체의 중요성도 한몫했다. 반도체 산업 중심지인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재발견’되면서 미국에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의미를 가진 우방으로 부상한 것이다. 어쩌면 미국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40년 넘게 이어온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서 벗어나 ‘전략적 명확성’ 방향으로 선회한 것인지 모른다. 심기가 불편해진 중국은 ‘헛수고’라며 짜증을 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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