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영향력 큰 회원국에 객관적 입장 유지할 수 있을까
○ 회원국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세계무역기구(WTO)는 기여도가 높은 국가의 영향력에 의해 독자적인 판단을 제시하지 못할 우려가 있음.-
세계은행(World Bank)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음. 세계은행은 연간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의 수치를 중국측 로비에 따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동 보고서 발간을 무기한
중단했음. 당시 세계은행 최고경영자로서 동 조작에 영향력을 행사한 크리스티나 게오르게바 IMF 총재의 낙마 여부를 놓고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정치 싸움이 일어나고 있음.-
IMF 또한 2000년대 및 2010년대에 중국 위안화 절상에 관한 미-중 화폐 전쟁의 장이 되었음. IMF 경제전문가들은 어느 한
쪽에 유리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양국의 환율 불균형을 절충적이고 모호하게 추산하는 방식을 택했음. - 이렇듯 다자 기구들은 기여도가 높은 국가에 독립적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음. 특히 이번에 중국 무역정책검토 보고서를 발표한 WTO 사무국은 은행이나 기금에 비해 독립적 영향력이 훨씬 적음.-
동 보고서는 무역 정책에 대한 의견 기술이나 규정 준수에 관한 세부내용 없이 정책 내용에 관한 사실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됨. 그럼에도 각국 정부들의 로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동 보고서는 해석이 아닌 분석을 중심으로 함.-
WTO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이렇듯 동 기구가 회원국간 불화로 마비되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음. 또한 동 기구는 은행이나 기금처럼 대출 활동이 아닌 회원국의 정기 분담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욱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음.- WTO가 상대적으로 약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동 기구의 분석 기능이 존폐를 위협할 정도로 정치화되고 있는 것은 아님. 하지만 궁극적으로, 다자 기구에서 영향력이 큰
회원국들이 어떤 정책 영역의 기본사항에 불화를 보일 때 해당 기구의 전문가들이 독자적인 판단과 분석을 통해 조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됨.출처: Financial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