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中, 이란-사우디 화해 중재로 ‘대(對)중동 영향력’ 과시
O 중국의 회담 중재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국교 단절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 대사관을 다시 열 것이라고 발표함. 중국은 지난 20년간 무역, 대외 원조, 인프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중동에서의 입지를 서서히 넓혀 왔음. 이번 이란-사우디아라비아 평화 협의는 중국이 중동과 상호 신뢰를 높이고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임.
- 중동이 갈등과 분쟁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양국이 서로에게 적대적인 단체들을 지원하면서 이 지역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 관계로 치달았음. 과거 동맹 관계였던 두 나라는 1979년 이란 혁명을 기점으로 등을 돌리게 되었으며, 지난 10년간 예멘 내전의 반대 진영에 각각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면서 관계가 크게 악화되었음. 특히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한 데 반발하여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습격하면서 대립이 절정에 달하고, 그 결과 양국 대사관이 폐쇄되었음.
- 지난 1년간 이라크와 오만이 평화 회담을 주재하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적대감을 내려놓도록 설득했는데, 마지막으로 결실을 이끌어낸 것은 중국임. 중국은 지난 20년간 중동 지역에서의 입지를 서서히 넓혀 왔으며, 자국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에 따른 석유 수입과 중동으로의 상품 수출,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 등을 기반으로 교역 규모를 3,000억 달러를 이상으로 키웠음. 중국은 지난 2월 대지진 이후 시리아에 원조를 제공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교통 인프라 구축을 지원했으며, 이집트의 새로운 행정 수도 건설에도 참여함.
-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면서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림. 중동 국가들, 특히 독재 권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인권 침해 사례가 있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도 미국처럼 인권이나 생활 여건 개선에 개입하지 않는 중국을 더 선호하게 됨.
- 특히 중국은 해적 퇴치, 평화 유지, 분쟁 중재 등 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문제에만 관여하며, 안보 문제에서는 미국이 주도권을 잡는 것을 반겼고, 미국은 이러한 중국에 대해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해 왔음. 그러나 최근 10년간 상황이 바뀌어 중국이 중동에 방위 기술을 제공하고 아랍 공무원 교육에 참여하며,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동 안보 포럼(Middle East Security Forum)에서 부각되었듯이 새로운 안보 아키텍처 구축을 추진하기 시작함.
- 중국이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화해를 이끌어냄으로써 양국 관계에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예멘 내전과 같은 중동 내 다른 분쟁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됨.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한 것이 분명해 보이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와 같은 다른 분쟁을 논의할 때도 중국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음. 무엇보다 이번 협의는 중동 내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중동 경제 및 안보에서의 입지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임.
-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2022년 1월 한 연설에서 “중동에 권력 공백이 있지 않으므로 앞으로의 향방은 중동 국가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러한 발언은 중동 국가들에 주도권을 줌으로써 중국이 불간섭 원칙을 따르는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음. 미국 대신에 중동 지역의 안보 제공자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으나, 중국은 향후 몇 년 안에 이 지역에서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