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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WTO 분쟁해결제도 현황과 상소기구 위기 재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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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김경화 수석연구원
WTO, 상소기구, 분쟁해결제도, MPIA

2021.11.10 1,608

최근 WTO 분쟁해결제도 현황과 상소기구 위기 재고찰


1995년 WTO 설립 이후 지난 25년여 동안 WTO 분쟁해결제도는 다자무역체제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는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여타 국제 조약이나 기구 대비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2019년 12월 10일을 기점으로 상소기구 위원이 단 한 명만 남게 되면서 법적 절차의 핵심적 기능이 마비되었고, 이후 패널 절차를 마친 당사국들은 대부분 상소를 제기하여 최종 판정을 무기한 연기시키고 있다. 신규 협의요청 건수도 2020년 5건, 2021년 1월-10월까지 8건으로 기존 연평균 24건과 비교할 때 WTO 분쟁해결제도 활용 자체가 크게 감소한 실정이다.


상소기구 기능이 정지된 핵심 이유는 미국의 상소기구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2017년부터 상소기구 위원 임명 및 재임명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상소기구의 여러 문제점 중에서도 그동안 논의된 구조적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상소기구의 사법적 월권행위(judicial overreach)이다. WTO출범 당시 분쟁해결제도 내 사법절차의 핵심은 패널로서, 상소기구는 패널의 법적 오류를 바로잡는 정도의 제한적 역할을 할 것으로 고안되었다. 그러나 WTO 출범 이후 새로운 규범 제정을 위한 다자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분쟁해결 상의 법적 판단과 해석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1995년부터 2020년까지 회람된 패널 보고서 중 68%가 상소기구에 회부될 정도로 상소기구가 법적 절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상소기구의 법적 해석은 WTO 대상협정 상 법적 공백을 채우며 ‘규범의 명확화’에 기여한 반면, 회원국의 권리와 의무를 증감시키는 ‘규범의 창설’이라는 비판 또한 초래하였다. 특히 상당수의 분쟁이 발생되는 무역구제 분야에서 상소기구가 최종적으로 확정한 법적 해석은 협정문 입안의도나 취지, 문맥상 이해에 따른 해석과 큰 괴리를 보이면서 논란이 가중되었다. 상소기구는 또한 당사국이 제기하지 않은 또는 불필요한 쟁점까지 다루면서 분쟁해결제도의 주된 목적인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저해해 왔다고 비판받는다.


둘째, 상소기구 본연의 심사범위를 넘어 패널의 사실판결 및 회원국 국내법에 대해 신규 검토(de novo review)를 수행한 점 역시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상소절차는 법률심이므로 상소대상은 ‘패널보고서에 포함된 법적 쟁점 및 패널의 법률 해석’에 국한된다. 한편 분쟁해결규칙과 절차에 관한 양해(DSU) 제11조는 회부된 사안에 대한 ‘객관적 사실 평가 의무’를 패널에 부과하는데, 분쟁당사국이 이 의무 위반을 근거로 상소를 제기한 경우 상소기구는 사실관계 판결을 재심사해야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분쟁이 누적되면서 DSU 제11조 위반을 근거로 한 상소가 보편화되고, 상소기구는 패널 판결의 법적 측면뿐만 아니라 판결 전체에 대한 신규 검토를 수행함으로써 절차를 지나치게 지연시켰다고 비판받았다.


마지막으로 상소기구 판결에 대한 선례 구속 관행이 있다. WTO 분쟁해결절차는 제도의 성격상 엄격한 선례 구속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지만, WTO 출범 초기 분쟁해결제도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강조되면서 향후 같거나 비슷한 사건이 다시 상소기구의 심리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선례를 따르는 것이 관행으로 발전되었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후속 사건에서 기존에 내린 해석이나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는 선례를 인용한 총 횟수 중 77%에 달하고, 선례의 결정과 해석을 원래 의도된 범위보다 확대 적용한 경우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선례 구속 방식을 고수하면서 특정 관행, 특히 중국 관련 관행의 위법성을 판결함에 있어 회원국이 인식하는 문제와 상소기구 판결 간의 괴리가 증가한 반면, 상소기구는 ‘설득력 있는 이유(cogent reason)’가 없는 한 선례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를 취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었다. 실제로 ‘설득력 있는 이유’ 논리가 처음 나온 US Stainless Steel (Mexico) 분쟁 이후 미국의 WTO 분쟁해결기구 판정 이행률은 기존 평균 66%에서 39%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2019년 5월 EU는 기능이 마비된 상소기구를 임시 대체하기 위해 ‘DSU 제25조 하의 임시상소중재약정(MPIA)의 운영절차’를 작성하여 회원국들의 참여를 제안했으며, 2020년 10월 현재 MPIA 참여국은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등 총 25개 국가에 이른다. MPIA하의 상소중재보고서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으나, 총 7건의 분쟁에서 MPIA 상소중재합의 (6건)를 하거나 DSU 제25조 중재 절차를 따르기로 합의하여(1건) 상소기구 정지에 따른 분쟁해결 무력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MPIA 절차는 상소기구 작업절차를 준용하면서도 판정문 분량 제한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DSU 제11조 위반(패널의 객관적 사실판단) 주장 배제 제안을 도입하는 등, 향후 상소기구 개혁에 참고할만한 점들이 있다. 그러나 상소중재 절차를 지원할 행정적, 재정적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이 MPIA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MPIA의 상소기구 대안으로서의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각국의 정부, 학계 및 관련 전문가는 상소기구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제안해 왔으나 현재 논의의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다.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은 2018년 12월 상소기구 심사 범위, 선례구속 관행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을 담은 공동제안문을 WTO에 제출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2심 제도를 유지하되 상소기구 역할을 제한하는 방향의 심사기준 도입 또는 전문 패널리스트로 구성된 상설기구를 설치하여 상소기구를 대체하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WTO 분쟁해결제도 약화는 우리 기업들의 이익에 직결되는 문제로서 정부는 장기적으로 상소기구 개혁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현재, 궁극적으로 힘의 논리가 아닌 법의 지배에 따른 국제통상체제 재정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며, WTO 분쟁제도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회원국들과 연대하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혁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 동 보고서는 2021 WTO Public Forum 중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Revitalizing WTO Dispute Settlement System: Lessons from the Past Two Years”세션에서 논의된 WTO 상소기구의 월권 해석(judicial overreach), 심사범위 및 권한, 그리고 선례구속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며, 패널 개인 및 소속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상세 내용은 붙임의 보고서 원문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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