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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이 90년대부터 주창한 '워싱턴 합의'..."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에드워드 루스 FT 칼럼니스트)

작성 2023.04.20 조회 2,701
[기고] 미국이 90년대부터 주창한 '워싱턴 합의'..."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에드워드 루스 FT 칼럼니스트)

○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미국식 시장 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의 발전 모델로 삼도록 한 ‘워싱턴 합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정통'으로 여겨지지 않고 '이단'이 되었음.

- 1989년부터 사용된 용어인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는 과거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요구하는 10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전파에는 미국,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 10가지 내용은 전적으로 경제 관련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지정학은 냉전 종식 이후 관련성을 잃었음.

- 그러나 이 워싱턴 합의의 의미가 현시점에서는 크게 퇴색했음. 과거 중국을 통합하려는 목표는 이제 중국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대체되었고, 세계 경제에서 세계은행과 IMF의 위상은 과거와 같은 지위를 상실했음.

- 새로운 워싱턴 합의는 원래 워싱턴 합의와 세 가지 측면에서 크게 다름. 첫째, 미국이 과거와 달리 무소불위의 최강국이 아니라 중국과 경쟁하는 국가가 된 현실에서 새로운 워싱턴 합의는 냉전 종식 후 세계 표준을 정했던 미국이 아니라 미국 정치에 국한되는 것임.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과격한 표현을 써 가며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 역설한 바 있음.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온화한 얼굴 뒤로 트럼프보다 더 가혹하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

- 둘째, 새로운 워싱턴 합의는 지정학적임. 여기에는 공급망 리쇼어링, 효율성보다 회복력을 우선시하는 경제 정책, 산업 정책과 같은 경제적 도구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국가 안보 목적의 수단임. 원래의 워싱턴 합의가 한 국가가 부유해지면 다른 국가도 부유해지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었다면, 새로운 워싱턴 합의는 한 국가의 성장이 다른 국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임.

- 셋째, 이전의 워싱턴 합의는 낙관적이었으나 새로운 워싱턴 합의는 비관적임. 오늘날의 미국은 무역 협상을 할 수 없고, 글로벌 디지털 규칙을 협상할 수 없고, WTO 판결을 준수할 수 없고,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 개혁을 지지할 수 없음. 미국은 경제 다자주의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음.

- 새로운 워싱턴 합의가 효과적일지 여부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고, 참여시키고, 중국과 경쟁하면서 미국 주도 질서를 받아들이도록 회유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으며, 미국은 현재 이 접근 방식을 모두 사용 중임.

- 바이든 행정부는 회유보다는 경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지키는 “높은 울타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무역을 계속하고자 함.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방식은 매파(the hawks)의 방식보다는 유연하지만, “미국 스스로도 믿지 않는 미국 주도의 질서를 어떻게 중국이 따르도록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음.

-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질문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아직 명쾌한 대답을 하지 않았음. 그는 미·중 갈등이나 세계 경제 위축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을 박탈하고자 노력하고 있음. 전면적인 디커플링은 모두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무역분쟁 이전으로의 복귀는 중국의 부상을 가속화할 것임.

- 원래 워싱턴 합의와 새로운 워싱턴 합의 사이의 중간 방식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피하고 원래 워싱턴 합의의 장점을 보존하는 것임. 어느 한 국가나 권력이 미래를 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여전히 어두운 미래와 밝은 미래 중 선택할 수 있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

출처: 파이낸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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