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 트럼프 관세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앨런 비티, FT 논설위원)
O 예상했던 대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몇 주를 앞두고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을 옥죄고 있음. 1기 행정부 때도 그랬듯이 그가 겨냥하는 타깃은 늘 마구잡이식이었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은 서로 모순되고 상반되는 목표를 겨냥하는 경향이 있기에, 불법 이민이나 마약거래 문제도 얼마든지 그 타깃이 될 수 있음. 따라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세는 단순히 통상 정책이 아니라 지정학적 레버리지이기도 한 것임.
-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 어떤 근거로 관세인상을 시행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만일 취임 첫날 관세인상 조치를 선언하려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을 활용해야 할 것임. 동 법률은 비상사태 선포 후 경제 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971년 이 법률의 전신인 적성국교역법(With Enemy Act)을 동원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관세 부과 대상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음.
- 지난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로 베트남, 멕시코 등 제3국을 경유해서 들어오는 물량이 늘어났던 것처럼 선택적 관세 부과 조치는 리쇼어링을 촉진한다기보다 생산 및 무역 네트워크를 재배치하는 경향이 있음. 캐나다와 멕시코는 중국과 달리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나머지 무역상대국들을 상대로는 전반적으로 적자이기에 관세 때문에 전체 수출을 줄인다고 해도 불균형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임.
- 만일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산 석유와 가스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트럼프 당선인이 약속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소비자 물가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음. 미국이 비록 석유 순수출국이긴 하나 2022년에도 일일 총 소비량 2030만 배럴 중 830만 배럴의 석유 제품을 수입했으며 이 중 70%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온 것임. 또한 캐나다의 경우 탄화수소 수출이 대미 수출 총액의 1/3 이상 차지하고 있음.
- 게다가, 양국은 자동차 부문 등 주요 산업 공급망이 미국과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으며 이는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NAFTA를 재협상하여 USMCA로 바꾼 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음. 2022년 기준 멕시코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 700억 달러 중 근 1/3이 자동차 부품과 구성품이었음. 따라서 관세 부과로 인해 ‘관세 경색’이 빚어지면 주요 투입물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망에 차질이 빚어질 것임.
-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멕시코, 중국 그리고 EU 등 여타국의 옵션을 생각해본다면 첫째, 가장 즉각적인 옵션은 멕시코의 경우 불법 이민과 펜타닐 등 마약 거래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치적을 남기게됐다고 으스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임. 사실 이미 지난 1기 행정부 때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자동차 관세를 보류하는 대가로 미국산 대두와 액화 천연가스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나, 사실 집행위원장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 약속은 무의미했음에도 트럼프는 이를 ‘승리’라며 우쭐댔었음.
- 또 다른 전략으로는 미국 시스템 내에서 반대 세력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임.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는 NAFTA에서 완전히 탈퇴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농민들과 접경 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당시 농무부 장관과 상무부 장관의 설득으로 결국 절충안을 받아들였음. 이번 행정부에서는 어쩌면 가스 가격 급등이나 주가 폭락 등에 대한 우려가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음.
-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그저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최선의 옵션일 수 있음.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 나왔던 경제 모델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캐나다가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 캐나다 경제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었음. 세계 기업들은 최근 몇 십년 동안 여러 제한 조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이 계속 작동하도록 만들었음. 따라서, 이번에도 기업들이 트럼프 관세에 잘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을 것임.
출처: 파이낸셜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