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 관세' 패소하면, 대체법들 있지만 모두 한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하지만 트럼프 관세는 계속될 것" 결론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대법원 [UPI 연합뉴스] |
미국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관세'에 대한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릴 경우 더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부과한 관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했다.
그러나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이러한 IEEPA 권한 행사를 무효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패소 시 즉각 다른 법적 권한을 동원해 관세 장벽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비영리 국제경제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정책 브리핑 자료(Can Trump Keep His Tariffs if the Supreme Court Invalidates Them?)를 내놨다.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할 경우, 의회가 위임한 다른 4가지 무역 관련 법령(제122조, 제338조, 제232조, 제301조)을 통해 기존의 포괄적 관세 장벽을 재건할 수 있는지 법적, 현실적 타당성을 분석하고 각각 중대한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1974년 제정된 무역법 제122조의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 권한'.
이 조항은 대규모 무역 적자를 다루기 위한 트럼프의 명분과 가장 부합하는 대안이다.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나 달러 가치 급락 방지를 위해 대통령이 임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조항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는 150일 후에 자동 소멸하며, 의회가 입법을 통해 연장해주지 않는 한 유지될 수 없다.
현재 상원이 트럼프 관세 철폐 투표를 가결하는 등 의회 내 반감이 커서 연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이 조항으로 부과할 수 있는 관세는 최대 15%로 제한된다.
또한 특정 국가만 골라서 부과할 수 없으며, 모든 국가에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 현재 트럼프의 차별적 관세 정책과는 맞지 않다.
결론은 150일이라는 짧은 기간과 의회의 비협조로 인해 장기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다음으로 1930년 관세법 제338조의 '외국 차별에 대한 보복' 조항.
약 100년 전 제정된 이 법은 타국이 미국 상품을 차별할 경우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처럼 보인다.
1930년대 대영제국의 특혜 관세와 같은 '식민지 특혜'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실제 사용된 적은 없다.
이 조항의 약점은 '차별'이 미국 상품을 다른 외국 상품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WTO의 최혜국 대우(MFN) 원칙을 따르고 있어, 1930년대식의 노골적인 차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해외의 무역 장벽(예: 위생 검역 기준 등)은 '차별'이라기보다는 자국 산업 '보호'에 해당하므로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미 행정부가 이를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활시키려 한다면, 법원은 이를 근거 없는 권한 남용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 '국가 안보' 조항.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미 철강, 알루미늄 등에 적용되고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모든 수입품에 대해 국가 안보 위협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정 품목별 조사는 가능하지만, 전방위적 관세 장벽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 중인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을 우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적용 범위를 넓힐 경우 사법부의 제동이 걸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1974년 제정된 무역법 제301조의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 조항.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이에 대해 보복할 수 있지만 사전 조사와 '불합리하거나 정당하지 않은 관행'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이 조항을 발동하는 것은 IEEPA 판결을 우회하려는 꼼수로 비춰져 법원의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다.
연구소는 최근 미국 대법원이 행정부의 권한 해석에 대한 무조건적 존중을 폐기(Chevron 법리 폐기 등)하고 있으며, 의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대통령의 월권행위를 경계하는 추세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 후 다른 법령을 무리하게 끌어다 관세를 유지하려 한다면, 법원은 이를 의회의 권한을 찬탈하려는 시도로 간주하여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고립(미국을 제외한 국가들끼리의 독자적인 무역 협정)과 미국 시장 회피(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축소), 경제적 손실(미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소는 "트럼프의 관세는 끝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요"라며, IEEPA 권한이 무효화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제301조 및 제232조를 활용한 개별적인 소송과 조사를 통해 특정 품목이나 국가를 대상으로 한 관세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미국은 법적 공방과 무역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게 될 것이며, 이는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경고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