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무역인] 임성빈 포네스 대표
K-뷰티에 ‘신뢰’ 더해 30대에 2천만불 수출탑 쌓아
‘글로벌 K-뷰티 붐’에는 많은 기업가의 땀과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포네스와 같은 K-뷰티 전문 무역업체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무역업에 뛰어든 후 해외 바이어 제안으로 뷰티 상품 수출에 나선 포네스 임성빈 대표는 철저한 고객과의 신뢰로 빠르게 성장했다.
사업 8년 차인 지난해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포네스의 임 대표는 10년 이내에 한국 대표 에스테틱·화장품 전문 유통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성빈 포네스 대표 [사진=포네스]
● 일을 즐겼던 청년
호주 대학 재학시절에 일자리를 구했다. 그래픽디자인 전공을 살려 화장품 회사에 들어갔는데, 얼마 후 생산관리 업무를 맡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는데 임 대표의 성실함을 높게 봐, 중요 업무를 맡긴 것. 어떤 모습이 인정받았을까.
임 대표는 “날마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반드시 달성했다”며 “자연스럽게 야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1.5배에 달하는 수당을 받는 것이 부담돼 퇴근 등록 후 남아서 일했다”고 말했다.
이 모습은 회사 회장의 귀에 들어갔고, 20대의 나이에 제너럴 매니저(총괄팀장) 지위에 올랐다. 덕분에 품질관리, 해외 고객 관리 등 젊은 나이에 접하기 힘든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일 욕심이 많았다. 근무시간이 오전 7시 30분 출근, 오후 4시 퇴근이었는데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돈 보다는 일과 요리가 좋아서였다. 한식당·일식당에서 일했는데 설거지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주방보조와 요리사까지 올라갔다.
2012년에는 부업으로 ‘사업’의 맛을 봤다. 현지인들이 중국산 낮은 퀄리티 양말에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자, 한국에서 양말을 수입해 판매한 것.
임 대표는 “매주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벼룩시장에 물건을 들고 나갔다”며 “중국산 양말이 1~2달러(이하 호주 달러)였는데 한국산은 5~6달러에 팔 수 있었다. 덕분에 하루 일한 수익이 40만~50만 원에 달했다. 장사의 재미를 제대로 느꼈다”고 말했다.
양말 수입가는 개당 300원~500원. 임 대표가 ‘무역’에 눈을 뜬 계기이자 창업 동기다.
● 무역업에 무작정 도전
사업하기로 결심하고 장고 끝에 귀국을 결정했다. 한국이 호주보다 창업 프로그램이 잘 돼 있고, 수출 상품군이 다양하다는 점이 요인이었다.
2015년 5월 300만 원을 들고 사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막연했다.
임 대표는 “여러 제품을 놓고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지만 중요한 것은 고객의 선택이라는 판단이 섰다”며 “결국 따로 아이템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년간은 해외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 국내 전시회를 찾은 해외 바이어들과 인사하며, 관계를 텄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등 주로 아시아 바이어들이었다.
그렇게 인맥을 쌓던 중 첫 번째 오더를 받은 것이 화학제품이었다. 방글라데시 바이어의 주문이었다.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물량을 받아 수출했는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수출을 위해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았고 수출에 걸리는 기간도 꽤 길었다. 마진도 기대보다 낮았다.
● 바이어 제안으로 뷰티 진출
뷰티 시장 진출은 방글라데시 바이어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바이어가 보톡스를 요청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단가가 부담스러웠던 것. 한국 보톡스도 인지도가 있었지만, 공급처를 못 찾았다.
임 대표는 보톡스 제조사인 M사를 찾아갔다. 방글라데시 수입 물량이 50개에 불과했지만, M사는 젊은 임 대표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 수출 대행을 허락했다.
그렇게 보톡스 수출을 시작했고, 물량은 빠르게 늘며 월 200~300개에 이르렀다.
임 대표의 깔끔한 일 처리에 주목하던 M사는 호주 시장조사를 요청했다. 임 대표는 호주 시드니로 넘어가, 현지 30곳 피부 클리닉을 방문하며 조사했다. 그리고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M사에 전달했다.
골자는 시장은 있지만 등록 허가를 받는 데에만 3년가량 소요된다는 내용이었다. M사는 조사 결과에 만족하며, 이번에는 베트남 시장을 연결해줬다.
보톡스 시장이 막 커지던 시점으로 M사는 마침 현지 시장에 특화한 상품을 개발했다. 그렇게 베트남 수출에 나섰고 처음 월 200만~300만 원어치였던 수출량은 5개월 만에 월 1억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연 1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 철저한 신뢰로 고객 관리
임 대표는 인터뷰 동안 고객과의 신뢰를 수차례 강조했다. 포네스가 제조에 안 뛰어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제조 욕심이 날 만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독자 브랜드 상품이 없다. 심지어 해외 바이어의 OEM·ODM 요청도, 국내 제조사에 그대로 전달한다.
임 대표는 “물류업체가 제조를 안 하듯이 저희만의 역할이 따로 있다”며 “덕분에 국내외 파트너들은 믿고 맡긴다”고 밝혔다.
신뢰 덕분에 신시장 개척한 사례도 소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의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바이어가 선적한 2억5,000만 원어치의 수입 건에 대해 급하게 중단을 요청한 것.
임 대표는 “새벽 3시에 연락을 받았다. ‘전쟁’이라는 말에 가족과 직원들의 안부를 물으며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7개월 후 우크라이나 바이어는 물품 대금을 보내왔다. 다행히 물품이 잘 전달됐던 것.
임 대표는 “바이어가 ‘믿고 기다려줘 고맙다’는 말을 해서 뭉클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바이어는 이후 꾸준히 주문을 늘려, 현재는 수입 물량이 5억 원을 넘었다. 현지 다른 바이어도 소개해준 덕분에 포네스의 우크라이나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 SNS로 코로나 위기 극복
포네스는 2022년 이후 수출처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계기가 있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활용 덕분이다.
물론 쉽지 않았다. 직원들을 독려해 날마다 SNS에 등록했다.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 트위터, 링크드인 등 SNS 대부분을 활용했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직원들 모두 SNS 마케팅에 대해 의심했다”며 “‘1년만 해보자’며 설득했다. 반년 정도 지나자,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NS 활용을 계기로 포네스는 현재 유럽, 북미, 중남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임 대표는 “당시 회의실 벽에 세계지도를 붙여 놓고 신시장 개척할 때마다 표시했는데 어느새 30개국이 넘었다”며 “SNS로 포네스가 K-뷰티 전문 수출업체라는 인식이 확실히 깔렸다”고 소개했다.
사명 포네스(PONES)는 라틴어 ‘Pons(다리)’와 ‘Res(세계)’의 합성어다.
임 대표는 “한국 최고의 상품을 글로벌 파트너에게 제공하는 신뢰할 수 있는 ‘다리’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포네스는 현재 인도네시아·호주·미얀마·홍콩에 브랜치를 운영한다.
임 대표는 “5년 안에 10개국 이상의 나라에 지사와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유통망을 확고히 다지겠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깊이 뿌리 내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