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 담론의 함의는?

[톈진=신화/뉴시스] 2025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톈진(天津)에서 열렸다. 사진은 SCO 정상회의 메인 회의장.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SCO는 브릭스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유럽의 서방 선진국에 대응해 글로벌사우스(북반구 남부와 남반구의 신흥·개도국들) 국가들을 규합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는 중요한 외교·경제·안보의 다자 채널이다.
SCO는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6개국으로 2001년 정식 출범했다.
2017년 인도·파키스탄, 2023년 이란, 2024년 벨라루스 등이 추가되면서 회원국 수가 10개국으로 늘어나면서 SCO 플러스로 확대되었다.
10개국 회원국 인구를 합치면 전세계 인구의 40%가 넘고, 전체 명목 GDP 총액도 약 24조5000억 달러로 세계 GDP의 24% 정도 규모다.
SCO는 탄생 초기 지역 안보 이슈 해결이라는 목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무역, 과학기술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과 SCO 회원국 간 교역액은 5124억 달러로 전년비 2.7%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2023년 5월 SCO 회원국 간 빅데이터 협력센터를 설립하고 12개의 디지털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실크로드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9월 1일 페막한 제25차 SCO 플러스 회의는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을 포함해 총 26개국 정상이 참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SCO 플러스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지난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 2021년 9월),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2022년 4월),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CI, 2023년 3월)에 이어 4번째로 제안한 중국의 글로벌 이니셔티브 구상이다.
국제개발과 협력에 중점을 둔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에 이미 70여 개도국이 참여하고 있다.
분쟁 해결과 공동안보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에는 이미 120여 국가들과 국제기구가 참여하며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는 각 문명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성장방식, 모델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브릭스 플러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GGI는 GDI, GSI, GCI의 전통적인 경제·군사·외교·안보 영역을 넘어 글로벌 기후위기, 식량부족, 디지털 격차, 사이버 공간 등 UN의 핵심 의제를 합리적, 개방적, 포용적인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시 주석이 제안한 GGI 미래담론의 숨은 함의와 의도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귀결된다.
미 우선주의로 생긴 리더십 공백 공략
첫째, 미국의 패권전략과 자국 우선주의의 병폐와 문제점을 부각하며 글로벌 리더와 대변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다.
시 주석은 SCO 플러스 연설에서 ‘패권주의와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만연하고 있고, 일부 국가가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흔들며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말이다. 미국이 파괴하고 있는 세계질서와 글로벌 공급망을 복원하고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중국임을 우회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GGI 전문 내용을 보면 주권평등, 국제법치, 다자주의 강화, 인간 중심, 실질적 협력이라는 5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결국 패권적 지배와 강대국 특권을 반대하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GGI 담론의 목표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MAGA)로 인한 글로벌 지정학적, 지경학적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면서 중국 역할론과 존재감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 보여주는 단면
둘째,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개도국·신흥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제79차 UN총회에서 중국이 제안하고 40개국이 공동 결의한 ‘유엔과 SCO 플러스간 협력’ 결의문이 통과된 바 있다.
이 결의문의 핵심이 바로 GGI며,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 간 연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필레믄 양 유엔 의장은 ‘유엔 중심의 국제 거버넌스 구축과 다자주의, 글로벌 사우스 협력에 있어 중국의 역할과 공헌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4년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60주년 기념식때 시 주석은 영상축사를 통해 ‘2030 아젠다' 이행을 돕기 위해 향후 5년간 UNCTAD에 2천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30 아젠다는 유엔 회원국들이 2015년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포함하는 행동 계획으로, 2030년까지 빈곤 종식, 지구 보호, 평화와 번영 보장을 목표로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2025년 글로벌 식량위기 보고서에 의하면, 2024년 전세계 53개국과 지역에서 2억 9,5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엔과 신흥국간 벌어진 틈을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과 글로벌 파워를 내세우며 개도국, 신흥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서 중국이 수행하는 역할에 방점
셋째, ‘중국방안(Chinese solution)’과 ‘인류운명공동체(Community of Common Destiny)’ 담론의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다.
‘중국방안’은 2014년 브릭스 제6차 정상회의 기간 중 시 주석이 중국의 외교정책과 세계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처음 등장했고, 그 이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함의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그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외부사회와 소통·대화를 통해 국제사회 발전과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은 세계경제 2위의 대국으로서 세계 경제발전과 글로벌 기후변화, 빈곤 문제 등 국제이슈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시 주석의 글로벌 구상이 단순히 거대담론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실천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협정에 무관심한 사이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자발적으로 설정하고 이행해야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 2번이나 탈퇴한 바 있다.
트럼프 1기인 2017년 탈퇴, 바이든 행정부에 재가입했다가 트럼프 2기인 2025년 1월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다시 탈퇴했다.
한편, 인류운명공동체 담론은 시 주석의 대외관계를 관통하는 핵심 의제로 꼽힌다. 이는 인류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 인류의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담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2015년 9월 시 주석의 유엔총회 연설과 2017년 1월 다보스 포럼연설에서 언급되면서 본격화됐고, 2018년 3월 중국 헌법 서론에 문구가 포함되면서 시 주석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빈곤국 및 개도국에 대한 중국식 발전모델 공유, 유엔평화유지군 참여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글로벌 거버넌스를 두고 벌이는 강대국의 상반된 행보와 변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 이 기사는 박승찬 용인대학교 교수가 한국무역신문에 기고한 글로서, 필자와 한국무역신문의 허락 없이 무단 전재, 복제, AI 수집 및 활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