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미국 관세 피해 제3시장 경쟁 치열
한국·중국, 유럽시장 몰리는 ‘풍선효과’
유럽 자동차, 전기차 중심 ‘수성’ 나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제3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IAA 모빌리티 2025(뮌헨 모터쇼)’ 야외 전시구역에 마련된 비야디(BYD) 전시부스 (뮌헨=신화통신/뉴시스)
●미국 시장 사업 환경 크게 나빠져
외신과 국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4월 3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미국은 국별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에 이익이 되는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에 자동차·부품 관세를 인하해 적용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의 최대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25%의 관세를 부담 중이다.
비록 관세율을 낮추긴 했지만 EU와 일본 역시 미국시장에서 현지 생산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여서 제3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에 대해 관세율 122.5%를 적용받는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포기한 채 EU,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까지 공략 중이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EU나 일본보다 상황이 안 좋다. 4월부터 이전까지 0%였던 세율이 25%로 높아진데다, 현재 기준 EU나 일본의 15%보다 10%나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 제3시장 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일종의 ‘관세 풍선효과’가 생긴 셈인데, 덕분에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자동차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남미·유럽에 눈 돌리는 일본 자동차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미국 관세 조치 등의 영향으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영업 이익이 2조6000억 엔(약 24조5000억 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자동차는 브라질에서 위탁 생산한 차를 현지에서 주로 판매했는데, 앞으로는 아르헨티나 등 주변 국가에도 수출하는 등 중남미 시장 개척을 모색하고 있다.
마쓰다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소형차 물량을 줄이는 대신 이 물량을 캐나다와 콜롬비아로 밀어내고 있다.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유럽에서 전기차 생산과 판매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EU·아시아·중동 수출 확대하는 한국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대거 EU시장으로 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자동차 수출 통계를 보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한 20억9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반면 8월 대EU 수출은 7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4.0% 늘었고, 유럽 내 ‘비EU’ 시장에서도 5억4700만 달러어치(+73.2%)를 팔았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5’에 총출동해 전기차 신차 및 라인업 전체를 선보였다.
이는 미국 대신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격년으로 열리는 IAA의 직전 행사인 2023년에는 불참했었다.
한국 자동차는 또 아시아(8월 5억9000만 달러, 9.3%), 중동(3억7000만 달러, 9.8%), 오세아니아(3억4000만 달러, 20.1%)로도 대거 진출 중이다.
●유럽·중남미·아프리카 공략하는 중국차
중국 자동차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12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사실상 미국 진출 기회가 차단됐다.
여기에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내수 판매까지 흔들리자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지난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하이브리드(HEV)로 대응하는 전략을 택했다.
BYD의 올해 상반기 EU 내 하이브리드 차 판매량은 2만여 대로 2024년 수입된 BYD 전체 하이브리드 차량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유럽 현지 생산도 늘리고 있다. 샤오펑(Xpeng)은 오스트리아 남부 그라츠에 있는 마그나슈타이어 공장에서 자사 전기차 모델 생산을 시작했고 BYD도 헝가리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전기차 전환하며 ‘수성’ 나서는 유럽 차
유럽 자동차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어려운 가운데 ‘안방’ 시장마저 내주게 생기자 ‘수성’에 힘쓰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생태계에 안주하며 전기차 시장에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든 탓에 폴크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의 유럽 브랜드들을 현지 전기차 시장을 중국 기업들에게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럽차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시장에서는 혹독한 가격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결국 유럽 자동차업계도 전기차 승부에 뛰어들고 있다. 맥킨지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2032년까지 350대의 신형 전기 자동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