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시장에 손 놓은 한국… 이대로 괜찮나
총수출에서 아프리카 비중 1.4% 불과
라이베리아 선박을 제외하면 1% 미만
중국은 가격 경쟁력 앞세워 시장 선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고율 관세 부과가 글로벌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가운데, 한국도 세계 최대시장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시장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이 시장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선점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부산=뉴시스]
●매년 들쑥날쑥한 대아프리카 수출 통계
무역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55억6359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수출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 통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수출 통계가 매년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57.3%, 23.4% 늘었다가 이듬해인 2023년엔 18.1% 줄었고 다시 2014년 3.4% 늘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2011년 수출증가율은 49.6%인데 이듬해인 2012년에는 -36.4%였다가 2013년에는 21.3%, 2014년에는 -11.5% 등으로 부침이 심하다.
최근 20년 동안 아프리카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한 해는 2011년으로 143억6860만 달러다. 이어 2013년과 2022년에 100억 달러를 넘었을 뿐 다른 해에는 100억 달러를 넘지 못한다.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이 이처럼 들쑥날쑥한 가장 큰 이유는 라이베리아에 대한 선박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라이베리아는 선박의 편의치적제도(FOC)를 운용하는 나라로 실제 많은 선주가 세제 혜택이나 선원 확보, 국제기구의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선박의 소유권을 이 나라에 등록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라이베리아로 수출되는 선박은 사실상 그리스 선주에게 수출된 것이어서 아프리카로의 수출이 아니지만, 선주가 ‘선박의 국적’을 라이베리아로 했기 때문에 그리스가 아닌 라이베이라로의 수출로 통계에 잡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나라로 선박 수출이 많이 되는 해는 아프리카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높고 반대일 경우 감소하는 것이다.
●라이베리아가 아프리카 최대 시장이 된 이유
그나마 라이베리아로의 선박 수출을 제외하면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25년 1~7월 대아프리카 수출 55억6359만 달러 중 라이베리아로의 수출이 32억9830만 달러로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라이베리아로의 선박 수출을 제외하면 19억6529만 달러로 20억 달러에 못 미친다.
2024년 대아프리카 수출 역시 총액 94억2847만 달러 중 라이베리아에 대한 수출이 52억1505만 달러로 55%의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수출 실적이 1억 달러를 넘는 나라는 라이베리아를 포함해 앙골라(7.1억 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7.1억 달러), 나이지리아(6.5억 달러), 탄자니아(4.1억 달러), 가나(1.9억 달러), 케냐(1.7억 달러), 코트디부아르(1.7억 달러), 세네갈(1.6억 달러), 에티오피아(1.5억 달러) 등 10개국에 불과하다.
또 선박을 제외한 주요 수출 품목은 석유제품, 자동차, 건설기계, 농약 및 의약품, 철강 및 알루미늄 등이다.
●‘무주공산’ 빠르게 선점하는 중국
한국이 사실상 아프리카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 중국이 ‘무주공산’을 점령하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8월 아프리카에 1410억 달러(약 195조 원) 규모의 상품·서비스를 수출했다.
이는 올해 1~7월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 33억 달러의 40배를 넘는 규모다. 한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에서 비중 60%를 차지한 선박을 제외하면 70배가량 된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막강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거의 전 산업분야에 걸쳐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이후 미국에서 잃어버린 시장을 제3시장 개척을 통해 만회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26% 증가했다.
중국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아프리카로 중국산 배터리, 태양광 패널, 전기차, 산업장비, 철강의 수출이 급증했다.
●“한국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7월 기준 1.4%에 불과하다. 라이베리아로 가는 선박 수출을 제외하면 1% 미만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 비중이 5%에 달한다.
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은 최근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아프리카는 부차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진정한 성장의 프런티어(frontier) 중 하나”라며 “그런데 한국은 그 점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프리카의 공항, 전력망, 플랫폼 등이 다른 나라들에 의해 건설되면 한국이 그것들을 설계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창은 닫히고 있다. 주저하며 보내는 해마다 진입 비용은 커지고 우리가 가질 수 있었을 영향력은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