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에도 돋보이는 K-뷰티… “관세 충격 흡수 가능”
관세로 포기하기엔 미국시장 너무 수익성 좋아
한류열풍·SNS 힘입어 온라인 판매서 자리 잡아
소비자·바이어 고평가, 오프라인 매대로도 진출
트럼프 관세에도 불구하고 K-뷰티 열풍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산 화장품이 미국에서 역대급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인들이 K-뷰티 제품을 ‘사재기’한다는 기사들이 현지 주요 언론들을 타며 K-뷰티 업계가 관세를 견딜 수 있으리라는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4월에 처음으로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CBS는 일부 미국인들이 K-뷰티 제품을 공황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션 매거진 코스모폴리탄은 “관세 가격이 인하되기 전에 비축하고 있는 15가지 K-뷰티 제품”이라는 제목의 헤드라인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스 또한 7월 중순에 K-뷰티 팬들이 트럼프 관세 위협 후 1년치 제품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보도전문매체 뉴스네이션은 “한국에 뿌리를 둔 COSRX, 라네즈, 닥터자르트+ 등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코스메틱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에 힘입으면서 K-뷰티 붐이 미국에서 자리 잡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8월 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쇼핑객들은 곧 K-팝만큼이나 피부 관리 루틴으로 유명한 한국의 토너, 세럼, 자외선 차단제에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령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K-뷰티 업계가 강한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뷰티 애널리스트인 사라 진달은 최근 비즈니스 매거진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K-뷰티 제품이 관세에 ‘매우 탄력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낙관론의 근거는 뷰티 브랜드의 높은 마진에서 비롯됐다. 브랜드가 관세 인상을 소비자에게 완전히 전가하지 않고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뷰티 제품은 이미 많은 미국 브랜드보다 저렴하기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여전히 가격이 저렴한 편일 가능성이 크다.
진달 애널리스트는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고객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경쟁 산업에서 한국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구애를 중단할 가능성은 작다며 “이 시장은 그들에게 너무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포라, 울타뷰티, 코스트코, 타겟 등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하기 위해 티르티르, 달바, 토리든, 뷰티 오브 조선과 같은 K-뷰티 브랜드와 협의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마진의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한국 브랜드가 경쟁사보다 관세를 더 잘 견딜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많은 브랜드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코스맥스나 콜마와 같은 계약 제조업체에 생산을 아웃소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뷰티 브랜드 티르티르의 안병준 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기본 10% 관세는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계획된 25% 관세가 회사에 ‘약간은’ 가격을 인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인터참코리아’
●K-뷰티 열풍, 온라인서 오프라인으로 확장
전 세계적으로 K-뷰티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화장품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듭 경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기록적인 5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2024년 상반기보다 거의 15% 증가한 수치다.
K-뷰티 수출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점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의 비중과 미국시장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유로모니터 데이터에 따르면 뷰티 오브 조선, 메디큐브, 바이오댄스 등 미국 이커머스 상위 5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 2년간 평균 71% 성장하며 미국 전체 시장의 21% 성장률을 상회했는데, 이는 로레알 파리, 디올, 랑콤 등 프랑스 상위 5개 브랜드가 같은 기간 1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은 온라인몰을 발판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체급을 키워나갔다. 최근 진행된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도 뷰티·퍼스널케어 카테고리에서 K-뷰티 브랜드 다수가 순위권에 들며 주목받았다.
미국 뷰티 및 웰니스 전자상거래 대행사인 내비고 마케팅에 따르면 올해 프라임데이 베스트셀러 뷰티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한 업체는 한국 에이피알 산하 브랜드인 메디큐브였다. 이 브랜드는 지난 7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열린 아마존 프라임데이 행사에서 상위 100개 베스트셀러 제품의 판매 점유율 중 9.3%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아모레퍼시픽 산하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는 꾸준히 판매되는 립 케어 제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3%의 점유율로 9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K-뷰티 브랜드 바이오댄스는 주력 제품인 보습 오버나이트 마스크인 바이오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2.9%로 여름 세일 상위 10개 뷰티 브랜드 목록에서 10위를 차지했다.
K-뷰티 열풍이 비단 온라인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에이피알은 8월부터 미국 최대 뷰티 소매업체인 울타 뷰티의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할 예정이며, 이는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중 가장 광범위한 미국 소매업체 입점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7월 15~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코스모프로프 전시회에서도 K-뷰티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105개국의 1200여 개사가 참가했는데, 북미 코스모프로프 부사장 겸 책임자인 리자 라페이는 K-뷰티 부문의 참가가 “작년보다 51% 증가했다”며 K-뷰티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코스모프로프 공식에서 꼽은 주요 뷰티 트렌드의 대표 사례 중에 한국 브랜드와 제품이 다수 포함됐다. 북미 코스모프로프 측은 글로벌 뷰티 트렌드 조사기관 뷰티스트림스와 함께 이번 전시회의 주요 트렌드를 선정해 ‘2025 코스모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하고 이처럼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 WSL 스트래티직 리테일의 설립자 웬디 리브만은 올해 코스모프로프에 대해 “K-뷰티의 재탄생이었다”며 “몇 년 전에 K-뷰티가 큰 인기를 끌었고 그 후에는 매우 잠잠해졌지만… 올해는 그 지배력과 혁신 수준이 정말 강력했다”고 회고했다.
미국 최대 뷰티 소매업체 울타뷰티의 신흥 브랜드 및 이니셔티브 담당 수석 디렉터인 머피 클린스는 “전반적으로 코스모프로프에서 현재 우리의 주요 우선순위인 K-뷰티, 웰니스, 기술 분야의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다”며 “특히 우리가 스킨케어와 화장품 분야에서 기존 K-뷰티 제품을 계속 확장해왔기에 K-뷰티 브랜드의 성장과 혁신은 흥미진진하고 신선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충성도 높은 일부 K-뷰티 팬들은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50만 명의 틱톡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 테일러 보스맨 티그는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며 “나는 특정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잃을 의향이 없다는 것”이라며 소셜 미디어에 K-뷰티 사재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