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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래 5% 육박… 위안화 국제화 어디까지 왔나

작성 2024.10.08 조회 7,241

글로벌 거래 5% 육박… 위안화 국제화 어디까지 왔나

중국 당국 노력에도 걸림돌 많아

달러 패권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

 

최근 중국의 국경 간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크게 늘어 전체 결제 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얼핏 보면 위안화의 국제화가 엄청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러한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위안화 국제화가 진전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중국이 아닌 글로벌로 눈을 돌려보면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비해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은 여전히 ‘새 발의 피’다.

 


위안화 100위안 지폐[베이징 교도=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의 100 위안(元)권 지폐.
 

 

●글로벌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 5% 육박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 1~8월 위안화의 국경 간 지불과 수령 총액이 41조6000억 위안(약 789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기간 중국의 국경 간 상품 거래에서 위안화의 비중(지불+수령)은 전체의 26.5%에 달했다. 이는 2021년의 20%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진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영향이 컸다. 서방의 금융 제재로 달러와 유로화 결제망에서 배제된 러시아의 위안화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장은 지난 1월 말 러시아 관영 RIA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안화 결제 비중이 2년 전과 비교해 수출은 0.4%에서 34.5%, 수입은 4.3%에서 36.4%로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결제를 강조할 정도다. 실제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몽골 등과 통화 스와프 라인을 개설하거나 갱신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중국이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이다. 2022년부터 라오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브라질, 세르비아 등에 새롭게 위안화 청산은행이 설립된 것도 위안화 비중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과정에서도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과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전체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5%에 육박 중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 따르면 국제결제 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7월 4.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8월에 4.69%로 다소 낮아졌다. 그래도 위안화는 10개월 연속 4% 이상을 유지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엔화를 제치고 글로벌 결제 통화 4위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 = 그렇다면 ‘글로벌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 4%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위안화로서는 국제화에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지만, 냉정히 볼 때 이 걸음은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에 비해 ‘유아들의 걸음마’ 수준이다. 스위프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위안화 비중이 4.74%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지만, 당시 달러화는 47.81%, 유로화는 22.47%, 파운드화는 7.00%의 비중으로 위안화를 크게 앞섰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무역거래 표시 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에서 지난해 3%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비중이 올해 들어 4%대로 높아졌다고 해도 지난 10여 년 동안 애쓴 결과가 겨우 3%가량 높인 데 그친 것이다. 

 

그 사이 다른 통화의 상황은 어땠을까. 무역거래 표시 통화에서 달러화 비중은 2013년 37%에서 2023년 44%로 높아졌다. 2023년 기준 달러화 대 위안화의 국제화 척도를 무역거래 표시 통화 비중으로 보면 ‘44% 대 3%’인 것이다. 10년 전의 ‘37% 대 1%’보다는 개선됐지만, 마라톤 경주에서 여전히 달러화는 결승선에 있는데 위안화는 출발선에서 조금 떠난 지점에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신 이 기간 무역거래 표시 통화에서 유로화(37%→28%)와 영국 파운드화(9%→7%)의 비중이 낮아졌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낮아진 비중의 대부분을 달러화가 대신했고 위안화가 일부를 가져간 셈이다.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비중이 낮아졌어도 유로화 대 위안화는 ‘28% 대 3%’이고 파운드화 대 위안화는 ‘7% 대 3%’ 수준이니, 마라톤으로 치면 위안화는 먼저 파운드화를 추월하고 또 유로화를 추월해야 달러화에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고 비축 통화 등도 비슷한 수준 = 위안화의 국제화 척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지표들도 대체로 비슷하다. 모건스탠리 자로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 수준이었다. 하지만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3%였다. 또 글로벌 외환송금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였는데, 달러화는 44%였다. ‘국가간 은행 자금거래’, ‘기업의 외화표시 자금조달’ ‘신흥국 대외부채’ 등의 지표도 유사하거나 더 큰 차이를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무역거래 표시 통화 등 6개 지표의 평균을 기준으로 주요 통화의 거래유형별 글로벌 비중을 산출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 달러화 53%, 유로화 22%, 엔화 6%, 파운드화 5%, 위안화 3%, 기타 통화 13%로 평가했다.

 

올해 초 발표된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외환에서 미 달러화는 6조6000억 달러(약 8814조3000억 원) 규모로 88.5%의 비중을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5조8000억 달러(약 7745조 9000억 원)보다 14%정도 증가한 수치다. 외환거래는 매입과 매도 양방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통화별 거래 비중 합계는 총 200%로 집계된다. 

 

다시 말해 달러가 전 세계 외환거래 가운데 44.3%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BIS 분기 보고서는 “달러화는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일통화”라며 “모든 외환 상품과 거래 상품에서 달러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멈추지 않는 위안화 국제화 행보 = 그렇다고 위안화 국제화를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성’이다.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은 2013년 1%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적게 잡으면 2~3%, 많이 잡으면 3~4%까지 올라왔다. 10년 사이 3~4배가량 높아진 통화는 위안화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의지가 강하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2009년 홍콩과 광둥 등 시범도시 기업 간의 거래를 시작으로 국경간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밀어붙였다. 2015년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위안화 가치 절하로 대부분의 위안화 국제화 지표가 하락했지만 2017년 금융시장을 개방하면서 투자 통화로의 역할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달러 패권에 맞서 SCO 회원국 간의 독자적인 지불 및 결제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으며 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안화 결제를 강조해왔다.

 

인민은행은 최근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를 발표하면서 “다음 단계로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경 간 사용의 근본적 체계적인 조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상하이가 국제금융센터로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역외 위안화 시장 발전을 지원하며 국제 금융 센터로서의 홍콩 역할을 개선하고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일대일로 31개 회원국과 양자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국제화의 걸림돌들 = 중국 당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이를 적극 저지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9월 초 한 유세에서 위안화 국제결제망을 확대하는 중국을 겨냥해 “달러화를 버리면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집권 시 중국과 ‘통화 전쟁’을 벌이겠다는 뜻이며 동시에 다른 나라에 달러화 중심 국제거래망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경고다.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에 브레이크를 걸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사실상 내부거래인 홍콩을 제외하면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의 거래에서조차 달러화 결제를 선호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달러화가 보여준 위력과 관성은 향후 달러화의 힘이 약화되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언을 반복적으로 거짓으로 만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더 큰 문제는 중국 내부에 있다. 우선 중국 경제의 불안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해야 하는데, 중국 경제는 현재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또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과 관리시스템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져야 하는데, 중국 당국은 아직 그럴 마음이 없고 외국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은 여전히 중국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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