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밀어내기 수출 지속… 한국기업 피해 언제까지
철강 이어 석유화학·전기차·배터리 등으로 확산

중국 동부 장쑤성 타이창항에서 수출 기다리고 있는 중국 자동차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중국 수출은 3086억4730만 달러로 지난해 8월보다 8.7%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6.6%보다 높은 것이다. 중국 수출이 전망치보다 늘어난 것은 ‘밀어내기 수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의 과잉생산 물량과 경기침체로 팔리지 않는 상품을 저가격에 세계시장에 쏟아놓은 것이다. 이는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밀어내기 수출상품인 철강재의 경우 8월 수출이 금액 기준 6.8% 늘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14.7%나 증가했다. 그만큼 싸게 팔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대표상품인 자동차 역시 이 기간 금액 기준 32.7% 늘어났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39.3%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수출 단가는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 연속 하락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전년 같은 달 대비 9.7% 하락하며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발 밀어내기 수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철강이 대표적이다. 중국 철강기업들은 현지의 부동산 위기로 막대한 재고를 떠안게 되자 해외시장에서 사실상 ‘땡처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마이스틸(MySteel)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이 수출한 철강제품은 7086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나 늘었다. 연말까지 1억 t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철강 수출이 1억 t을 넘어서는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세계 철강업계는 2015∼2016년 ‘중국발 철강 쇼크’의 재연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밀어내기 수출의 불똥은 전 세계로 튀었고 한국기업들의 피해도 크다.
중국에서 후판은 연간 생산량의 약 30%인 3000만~3500만t이 공급과잉으로 추정된다. 남아도는 후판은 한국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21만t으로 2021년(27만t)의 4.4배 규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의 제조업체 2228곳을 설문한 결과 “중국산 제품의 저가 수출로 실제 매출·수주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이 27.6%였다.
또 “현재까지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은 42.1%에 달했다. 철강뿐이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철강을 포함해 석유화학, 태양광, 디스플레이, 전기차, 이차전지 등 국내 6개 업종의 수급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저가의 러시아 원유를 대거 도입해 한국산보다 원가에서 큰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고, 태양광의 경우 중국산 과잉재고의 저가 물량의 출회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철강제품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던 중국산 제품 공급과잉이 전기차, 배터리 등 다른 산업으로 퍼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주요국의 수입 규제 강화 조치가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기차·배터리·태양광을 3대 신산업으로 정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9배에 달하는 산업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보조금을 받아 생산된 중국의 과잉생산품들이 해외시장에 쏟아지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경우 중국의 2023년 전기차 생산량은 954만 대였으나 실제 판매량은 841만 대에 그치면서 약 113만 대가 남아돌았다. 이로 인해 2020년 22만 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전기차 수출량은 지난해 120만 대로 여섯 배가량 급증했다. 배터리의 경우도 지난해 생산된 중국산 배터리만으로 전 세계 수요를 채우고도 156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가 남았다.
올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1405기가와트(GW)지만 중국과 글로벌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각각 255GW, 511GW에 불과했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은 그 자체로도 한국 수출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2차 피해도 낳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은 물론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각국에서도 중국산에 대한 덤핑조사나 상계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면서 한국산이 ‘유탄’을 맞거나 중국산이 한국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쏟아지는 중국산 밀어내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 선사들이 한국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지나는 ‘코리아 패싱’도 2차 피해로 이어진다. 9월 6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726.58을 기록, 전주 대비 8% 하락하며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지만,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많은 수출기업들은 수출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