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국제 규제 갈수록 촘촘해진다
미, 제재대상·범위 계속 확대
EU서도 관련 입법 의회 통과
위구르 경제는 이미 큰 타격
중국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동’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가 갈수록 촘촘해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서방기업은 물론 이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해 제3국에서 완제품을 만든 기업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과 EU의 제재는 현지에 소재한 중국 기업들의 수출길을 막아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에서 시작된 강제노동 의혹 파장 =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호주 ABC 방송은 중국 당국이 위구르 무슬림들을 불법 감금하고 방직 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시킨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듬해 3월 호주전략정책협회(ASPI)는 “수만 명의 위구르족이 강제 동원된 현대판 중국의 노예 매매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이들이 애플, 나이키, 아디다스, 유니클로, 스케쳐스 등 기업의 제품 생산에 투입되어 왔다고 전했다.
같은 해 영국 BBC도 신장 재교육 캠프(수용소)의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방송과 보고서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거명된 기업들은 연관성을 부인하거나 향후 신장산 목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반중 세력의 악의적 루머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날조”라며 반발했다. 중국인들의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불타올랐다.
이때 중국에 진출한 거의 대부분의 서방 유명 브랜드들이 불매운동의 피해를 입었으며 특히 H&M과 나이키의 피해가 컸다.
●미·EU·영국, 강제노동 금지 입법 = 미국 하원은 2020년 9월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을 통과시켰고 2021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서 공식 제정됐다.
이 법은 신장 자치구에서 제조되는 상품을 강제 노동의 산물로 전제하는 ‘일응 추정(반박해 증명하지 않으면 사실이라고 전제)’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이 강제 노동이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강제 노동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또 완성품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신장 지역의 원료·반제품·노동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제품도 수입 금지 대상으로 규정했다.
2021년 영국도 위구르족 강제노동 관련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EU는 조금 늦게 제재의 칼을 뽑았다. 2024년 4월 EU 의회가 생산과정에서 강제 노동이 결부된 제품에 대해 역내 수입을 금지하는 ‘강제노동 금지 규정’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 규정은 전 세계의 강제노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과 차이가 있지만, 중국 신장 위구르 제품이 적용 대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직 EU 이사회의 공식 승인과 세부 하위 규정 마련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 ‘규정’은 향후 EU의 신장지역 관련 생산품 수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장지역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 중에는 면제품 외에도 폴리실리콘(태양광 패널), 리튬배터리(전기차), 알루미늄·철강(자동차) 등 EU의 친환경·전략 산업에 불가피한 제품군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갈수록 촘촘해지는 미국의 규제 = 올해 8월 초 미국 정부는 중국 소수민족 강제노동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 5곳을 ‘수입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에도 26개 중국 섬유 기업 및 창고시설을 대상으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 정부는 2022년 처음으로 20개 제재 기업 리스트를 발표한 이후 계속 리스트를 추가해 왔으며 현재 수입 제한 대상 기업은 7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품목별로는 의류, 섬유, 신발, 자동차 부품, 알루미늄, 식품 등이 망라돼 있다.
또한 지난 7월 미 국토부가 발표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전략보고서’ 업데이트 내용에 따르면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2022년 6월 21일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 발효 이후 9000건(340억 달러 상당)의 선적을 검사했으며, 그중 3500건의 선적(6억9599만 달러 상당)에 대해 통관을 거부했다.
CBP는 이와 함께 알루미늄, 폴리염화비닐(PVC), 해산물을 새로운 고위험 산업군으로 지정해 우선 단속 품목에 추가했다. 해당 산업군에서도 강제노동의 혐의가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2022년 6월에 고위험 산업군으로 지정된 의류, 면화 및 면제품, 실리카 기반 제품(폴리실리콘 포함), 토마토 및 다운 스트림 제품은 제재가 유지됐다.
●폭스바겐·BMW도 제재 받아 = 올 2월 폭스바겐 그룹 차량에 사용된 부품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만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 세관을 통과하지 못한 채 압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스바겐 그룹 브랜드 중 포르쉐, 벤틀리, 아우디 승용차와 SUV 1만4000여 대가 미국 항구 세관에 유치됐다.
폭스바겐은 미 당국의 승인하에 문제가 된 구동 제어장치에 사용된 전자 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2013년 중국 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 신장 위구르 우루무치에 조립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 사건 직후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는 폭스바겐 그룹이 이 공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에는 BMW에도 불똥이 튀었다. 중국 강제 노동에 연루돼 미국 수입 금지 목록에 오른 쓰촨 징웨이다 테크놀로지 그룹(JWD)의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BMW는 해당 부품으로 만든 차량을 미국에 최소 8000대 넘게 수출했다. BMW 측은 “해당 제품의 수입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회사는 특정 부품을 교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직접 공급업체가 따라야 하는 고용 관행, 인권, 근로 조건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정책을 가지겠다”고 했다.
당시 조사를 진행한 미 의회 재무위는 BMW 외에도 재규어랜드로버(JLR), 폭스바겐(VW)도 제재 목록에 오른 공급업체의 부품으로 자동차를 제조했다고 밝혔다.
●신장 위구르, 외국인 직접 투자 줄고 판로 확보 어려움 겪어 = EU의 ‘강제노동 금지 규정’은 2027년에나 발효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 만으로도 중국 신장 위구르 경제는 타격을 입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신장 자치구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강제 노동 논란이 한창이던 2021년 한 해 54.6% 감소했고, 미국 법률이 정식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신장 지역의 대미 수출 총액은 2020년 대비 92% 감소한 3억7300만 달러(약 5000억 원)을 기록했다.
동부 장쑤성에서 수건을 생산해 수출해온 훙융청은 2020년부터 국제 호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인의 주문 감소만으로 사업 3분의 1을 잃었다”며 “우리는 심지어 신장 면화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에서 수입했는데도 그랬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신장 지역 면화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10월 기준 업체 3725곳이 신장 면화업 영업에 진출, 등록 기업 숫자는 2014년 대비 6배가량 늘었다. 당국 통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 내 다른 지역발 투자였다.
이렇게 생산된 신장 면화 제품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최근 중국과 밀착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5개국으로 판로를 넓혔다. 올해 상반기 이들 5개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액은 총 1476억 위안(약 28조 원)으로, 의류와 신발이 총수출액의 60.7%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중앙아시아 무역 확대만으론 수요 부족분을 모두 채우긴 힘든 상황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 섬유업체들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총 672억 달러(약 92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특히 미국과 EU, 일본에 대한 수출은 각각 18.4%, 24.7%, 8.7%씩 줄었다.
한반도 넓이의 7배가 넘는 신장 자치구는 세계 면화 공급량의 5분의 1, 중국 자체 재고량의 90%를 각각 차지하는 면화 생산 중심지다. 위구르족 강제 노동 금지법은 중국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꼽혀온 신장 자치구에 한층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