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알려라”
<한국무역신문>, 알렌 정 초청 ‘북미 진출 및 해외 글로벌 마케팅’ 토크쇼 개최
ALC21 대표가 4월 19일 COEX에서 한국무역신문이 개최한 ‘북미 진출 및 해외 글로벌 마케팅 토크쇼’에서 강연하고 있다. 그는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하지 않으면 북미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진=오건호 기자>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하지 않으면 북미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듭니다.”
북미 유통사업과 온라인 비즈니스에 10년 종사해 온 알렌 정 ALC21 대표는 지난 4월 19일 COEX에서 한국무역신문이 개최한 ‘북미 진출 및 해외 글로벌 마케팅 토크쇼’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북미 유통업계의 변화에 대해 그는 두 가지 사례를 들었다. 첫째는 지난해 말 파산한 미국 유통공룡 시어스의 몰락이다. 그는 시어스가 “아이폰 때문에 망했다”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가 확산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소비자들이 같은 브랜드의 물건을 알리바바그룹의 유통업체 등에서 더 싸게 판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사례는 토이저러스의 몰락이다. 아마존은 빅데이터를 통해 자사 내 토이저러스의 매장이 성황임을 알게 되었고, 토이저러스가 구매한 제조품을 아마존 자체적으로 사서 팔았다. 알렌 정 대표는 “토이저러스가 아마존의 쇼룸으로 전락하더라”며 “최종소비자가 직접 생산자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에서 “결국 승자는 브랜드를 가진 쪽”이라고 강조했다.
◇차별화와 프리미엄으로 브랜딩하라 = 모바일 유통이 발달하며 시어스와 토이저러스가 몰락한 것을 실패 사례로 들었지만, 정작 알렌 정 대표는 북미 오프라인 스토어에 일부러 제품을 납품했다. 아마존이 토이저러스에 그러했던 것처럼, 오프라인 납품처를 브랜드 쇼룸으로 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의 브랜드 판매 철학은 “비싸게 조금만 팔자”는 것이다. 소수의 충성고객에게 우선적으로 팔고, ‘한정 상품’으로 팔고, ‘시즌 상품’으로 팔면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알렌 정 대표는 온라인 판매에서 반품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자, 물품을 돌려받지 않은 채로 금액을 돌려주거나 교환을 원하는 경우 새 물품을 보내주는 등 고객 불만 대응을 차별화 기회로 삼았다. 그렇게 불만 고객이 충성고객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는 홍보에 있어서도 “10개의 페이지를 올려 10명이 보게 하지 말고 3개를 올려서 100명이 보게 하라”며 소수의 결과물에 집중해 높은 퀄리티를 끌어낼 것을 강조했다.
알렌 정 대표는 “북미시장은 ‘룰’이 다르다”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시장을 ‘신뢰사회’라고 설명했다. 같은 물건을 중국에서 더 싸게 팔아도 30년간 거래해 온 기존 업체와 거래한다는 것이다.
또 북미지역은 이른 시점에 일이 성사되지 않는데, 이는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알렌 정 대표는 “북미시장은 인내심”이라며 열정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북미시장 진출 실패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잘못된 시장조사며, 두 번째는 마케팅에 문제가 있을 경우다.
그는 “제품 선정부터 주의깊게 하셔야”한다며 “팔릴 수 있는 제품을 가져와야 하는데 물건부터 만들고 팔려 한다”고 꼬집었다. 또 “만들기 전에 먼저 시장을 봐야 한다”며 시장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마케팅 면에서는 바이어로서의 경험을 살린 조언들을 건넸다. 그는 바이어로서 “한 번도 무역사절단 제품을 산 적이 없다”며 “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어들이 제품을 살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 이유란 때로 ‘유명인이 쓴 제품’이기도 하고, ‘SNS상에서 유명한 제품’이기도 하다. 이미 제품이 검증되었음을 입증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샘플을 주고 SNS에 피드백을 공유해달라는 등의 이벤트를 통한 마케팅도 효과적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바이어와 소비자에게 “구매에 대한 명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당부였다.
◇유통 공룡 아마존과 월마트.코스코에서의 생존법 = 한국과 북미의 마케팅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단순 비교임에도 마케팅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깨닫게 해준다.
알렌 정 대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북미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한국기업들은 한국은 ‘제조’의 나라이며, ‘잘 만든 제품을 많이 파는 게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미는 ‘판매’의 나라이며 잘 팔리는 제품을 ‘팔지 않아도 사게 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마케팅 수단도 한국은 돈으로 광고·홍보·인플루언서를 이용하지만, 북미는 ‘신뢰’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 “퀄리티 높은 비누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씻고 싶게 하는 게 중요하다”
네이버의 상위 랭크는 파워광고-비즈사이트-네이버쇼핑-뉴스 순으로 충분한 지출이 있으면 가능하지만 구글은 검색 순위를 ‘정확도와 신뢰’에 따르며, 광고(Ad) 표시를 분명히 한다. 당연히 Ad를 읽는 독자는 드물다. 포탈의 이런 차이가 마케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한국은 리뷰에 ‘사주세요’를 강조한다. 반면 미국은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는 ‘노출’을 강조한다. 결국, 진정성 없는 리뷰로 ‘좋아요’만 양산하다 보니 기업들이 ‘돈만 쓰고 효과는 없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선 재고를 땡처리로 싸게 판매하지만, 미국은 ‘limited edition’ 스토리를 입혀서 고가로 판매한다. 온라인 유통구조도 한국에서는 중간 판매상을 경유하지만, 미국은 소비자 직접 구매를 유도한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매년 원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도 한국은 뒤에서 밀어주는 인맥 문화로 이익이 되거나 유리할 때 관계를 맺는다. 북미의 네트워크는 검증을 통한 능력의 연결 고리다. 한국에선 마케팅 목표가 매출 성적표라면, 북미는 판매 불필요, 고객 이해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마케팅 인식 차이는 ‘브랜딩’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당장의 실적에 목매다 결국 시장을 잃어버리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미국에서 잘 팔리면 중국에서도 팔린다. 반대로 중국에서 팔린다고 미국에서 팔리지 않는다. 삼성전자 TV도 미국에서 1등을 하면서 비로소 글로벌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브랜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아마존에서 성과를 내는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기존 마케팅의 프레임워크가 4P[제품(Product)·가격(Price)·유통(Place)·판촉(Promotion)]라면, 아마존은 여기에 4C를 더한다. 즉 고객가치Customer Value)·비용(Cost)·편의성(Convenience)·소통(Communication)의 믹스다.
아마존의 4P+4C는 “고객 요구사항이 표면화되기 전 잠재 욕구까지 경청하며, 고객의 경험 가치 전체를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즉 “오프라인과 온라인 점포의 차이점은 다른 구입자가 작성한 리뷰, 댓글, 후기 등 입소문 형태로 자신이 사려는 상품의 실제 기능과 사용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마존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기업이라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서 자사 몰(mall)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게 궁극적인 마케팅 목표다. 플랫폼은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아마존의 한계도 관찰하고 있다.
북미 진출 및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마존이 최종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마케팅을 진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 것을 고집하며 변화하는 것을 모험이라 여긴다. 이제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모험이다. 위기에 몰리는 기업의 한계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