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홍콩 '중국화'의 역설…상장러시 속 지속성장은 물음표
상반기 IPO, 나스닥 이어 세계 2위…세계 최대 자산관리 시장도 등극
中본토 의존 심화·정치적 자유 위축…금융업 외 회복은 더뎌

홍콩 증권거래소
중국 본토 기업들의 상장 행렬이 이어지면서 홍콩이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활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시위 강경 진압과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홍콩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잃고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던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현지시간)가 15일 보도했다.
올해 홍콩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 첨단 산업 성장에 힘입은 중국 본토의 기업들의 상장이 줄을 이었다. 미국 나스닥을 제외하고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가 가장 많은 증권시장은 홍콩이었다.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홍콩 증시에서 IPO를 마친 기업은 117곳으로,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IPO 기업 수인 119곳에 육박하는 수치다. 홍콩거래소 대변인은 아직 450곳 넘는 기업이 상장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홍콩은 올해 초 기준 스위스를 제치고 역외 금융자산 2조9천억달러(약 3천900조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역외 금융자산 허브가 됐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홍콩을 금·원자재 거래 중심지로 키우는 한편 위안화 국제화의 거점으로도 활용하려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턴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홍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콩은 여전히 매우 유용한 관문"이라며 "자본 통제에서 벗어나 있고 다양한 금융 발전 방안을 실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재도약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른바 '중국화'의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우선 홍콩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 대부분 중국 본토의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경제적인 효과가 제한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년 전만 해도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투자자 기반을 다변화하기 위해 뉴욕이나 런던뿐 아니라 홍콩 증시에도 상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상장 대열을 이룬 중국의 본토 기업들은 IPO 주관 은행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편이다. 중국 본토 기업 비중이 커질수록 수익성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투자은행들이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5억7천900만달러(약 7천791억원)로 2020년(9억3천200만달러·약 1조2천500억원)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홍콩 금융시장 회복이 다른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홍콩 국제공항은 지난해에도 세계 최대 항공화물 허브 지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홍콩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2017년보다 약 40% 줄었다.
이는 홍콩 인근 중국 본토의 광둥성 선전시 옌톈과 광저우 항만으로 물동량이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시장의 회복과 달리 정치적 자유가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홍콩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에서는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민주화 활동가와 언론인 등이 잇따라 체포됐으며, 지난 2월에는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인 지미 라이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예일대 로스쿨 폴 차이 중국센터의 스티븐 로치 선임연구원은 홍콩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정치적 반대 의견을 표명할 자유가 사실상 억압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이 독자적으로 번영할 만큼 충분한 경제적 활력을 갖추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홍콩 최초의 5개년 경제·사회 발전계획은 중국의 경제정책 영향력까지 홍콩에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