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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달러' 고갈되는 이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작성 2026.09.11 조회 396

'오일 달러' 고갈되는 이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미 경제제재 이어 해상봉쇄


환율 폭등하고 인플레 심화

이란경제 사실상 질식 상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으로 이란 경제가 크게 어려워진 가운데 미 해군의 해상봉쇄 작전까지 진행되면서 이란 경제가 질식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이란 경제는 이미 리알화의 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빈사상태로 가고 있는데,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정부의 목숨 줄인 ‘오일달러’마저 고갈되고 있다.

 


미국과의 전쟁을 버텨내기 위한 '생존경제'를 가동하고 있는 이란 

 

●해상봉쇄 이후 이란 원유 한 방울도 못 나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해운 데이터업체 케플러를 인용해 지난 7월 미국이 해상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산 원유가 단 한 방울도 봉쇄선을 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달 페르시아만 내 선박에 하루 25만5000배럴의 원유를 새로 적재했지만, 이 물량은 봉쇄선을 넘지 못한 채 갇혀있다.

 

지난 6월 미국과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일시적으로 뚫렸을 당시 봉쇄선 밖으로 반출해 둔 원유 물량이 사실상 유일한 자금줄이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바닥나고 있다.  현재 봉쇄선 밖 선박에 실려 있는 이란의 원유 물량은 약 2900만 배럴 수준밖에 남지 않았다.  케플러는 하루 100만 배럴가량이 중국 등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내달 중순쯤이면 남은 물량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미국이 ‘경제적 왕따 작전’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은행을 표적으로 삼으면서 이미 판매한 원유 대금을 회수하는 일도 쉽지 않게 됐다. 원유 수출은 이란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란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가량이 원유 판매 대금으로 충당되고, 현재 이란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 재정 또한 원유 수입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리알화 가치 반토막… 가난해지는 서민들

 

이런 상황에서 원유 수출이 막히자 전쟁 발발 전부터 이미 파탄 나 있던 이란 경제는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공식적인 인플레이션율이 80%를 상회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수치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이란의 화폐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서민 경제가 붕괴 직전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최근 이란 리알화 가치가 1달러당 220만 리알을 넘어섰다며 이는 “1년 전(달러당 100만 리알)과 비교해 반토막을 밑도는 수준”이라고전했다. 

 

인플레이션도 치명적이다.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9.9%에 달하며, 식음료와 담배 등 생필품 가격 상승률은 그 두 배에 육박한다. 노동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125달러(약 17만원) 수준으로, 정부가 산정한 기본 가계 생활비(월 450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고용 시장마저 얼어붙어 올봄 공식 실업률은 9.1%로 뛰었고,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5만 명이나 급감했다. 테헤란의 한 민간 기업에 다니는 마흐나즈(34)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매일 가난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테헤란의 한 직장인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매일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탁 물가 폭등을 넘어선 인도적 위기도 심각하다. 의약품과 식량은 제재 예외 대상이지만, 미국의 제재를 우려한 글로벌 은행들이 결제 자체를 기피하는 과잉 준수 탓에 암 환자 등을 위한 필수 의약품 수입마저 사실상 끊기며 민생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세컨더리 제재에 꽉 막힌 돈줄… 수입부문 타격

 

이러한 경제난은 미 해군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함께 이란의 달러화 접근을 원천 차단한 미국의 촘촘한 제재 망에서 비롯됐다.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되면서 필수 재화 수입과 원유 판매 대금 결제망이 막혔다.  과거 유령 회사나 미등록 유조선, 밀수 등을 통해 제재를 우회하던 이란 지도부도 한계에 부딪혔다.  불법 우회에 필요한 수수료(프리미엄)가 급등하면서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진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무역 허브였던 아랍에미리트(UAE)마저 지난달 이란과의 상업 및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수입 부문 타격으로 전체 무역 규모가 25∼35%가량 감소했다고 시인했다.  테헤란의 한 무역상은 “UAE 경로가 차단되면서 다른 국가를 우회해야 해 배송은 늦어지고 수입 단가는 훨씬 비싸졌다”고 말했다.

 

●시위 다시 불 붙을라… 중·러 뒷배 삼아 ‘버티기’

 

경제 붕괴가 민심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이란 지도부의 최대 불안 요소다. 지난 1월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낸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여진이 남은 상황이다. 

 

한 이란 고위 소식통은 “국내 산유량에도 불구하고 정제 시설 부족 탓에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휘발유 재고가 두 달 치밖에 남지 않았다”며 내부의 위기감을 전했다.  경제적 압박으로 이란 내부 봉기를 유도하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하고 있다. 다만, 이란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노리며 강경한 저항 기조를 고수 중이다. 

 

미국의 제재 네트워크 속에서도 이란이 버틸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서방 제재를 받지 않는 중국 소규모 정유사들에 원유를 헐값에 넘겨 급한 불을 끄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착한 러시아를 제재 우회로로 적극 활용하며 숨통을 트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여전히 자신들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제 에너지 물류는 우회로 등을 통해 흐름이 유지되고 있어 이란의 군사적 압박 카드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알리 안사리 교수는 “이란은 심각한 경제적 압박 속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도 잃고 있다”며 “결국 그들은 협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난에도 이란이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다만 걸프 지역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적 압박에도 이란이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오히려 강한 압박은 이란의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외교협의회(ECFR) 이란 전문가 엘리 게란마예는 “미국의 제재는 일반 이란 가정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란이 이로인해 협상 테이블에서 굴복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이란 정권은 오히려 저항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것은 이란 정권이 군사적,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수할 용의가 있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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