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의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항만체제 개편 촉각
'1공사 4지사' 밑그림 공개…본사 입지·구조 재편 관심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가 3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개 항만공사(PA)를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20년 넘게 유지된 PA 체제가 전면 개편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기능은 같으나 지역별로 분산된 4개 PA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합치고 지역 지사 4곳을 따로 둬 지역별 특화 사업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 2004년 첫 출범한 4개 PA…'환적·수도권·에너지·석유화학' 각기 강점
각 PA는 2003년 항만공사법 제정 이후 차례로 세워졌다. 당시 항만공사법은 중앙정부 관리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PA에 항만 관리·운영 등 주요 권한을 맡겨 급변하는 글로벌 물류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이에 따라 2004년 1월 부산항만공사가 처음 출범한 이후 인천(2005년 7월), 울산(2007년 7월), 여수광양(2011년 8월) PA가 차례로 설립됐다. 이들 4개 항만은 각 권역의 배후 산업과 맞물려 지난 20여년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부산항은 지난해 2천488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며 세계 2위 환적(화물을 옮겨싣는 것) 거점 항만의 입지를 다졌다. 인천항 역시 수도권 물류와 대(對)중국 교역의 핵심 거점으로서 지난해 344만TEU의 컨테이너를 소화했다.
정유·석유화학 단지와 직결된 울산항은 전체 물동량의 80%가량(1억5천746만t)이 액체화물로 채워진 국내 1위 에너지 특화 항만이다. 지난해 총 1억9천733만t의 화물을 처리해 부산항과 광양항에 이어 전국 항만 물동량 3위를 기록했다
여수광양항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을 배후에 두고 철광석과 석유화학 원자재 등 연간 2억7천만t의 물동량을 소화하는 물류 거점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4개 항만이 각기 다른 화물과 거점 산업을 토대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온 만큼 통합 공사 출범에 따른 파장도 계속될 전망이다.
◇ 통합 항만공사 어디로…4개 PA 일부조직 통폐합 등 예상
추후 신설될 단일 항만공사가 어디에 들어설지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항만 업계에서는 물동량과 해운·물류 산업 집적도를 고려한 '부산 본사론'이 초반에 우위를 점한 분위기다. 정부가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계획을 주도 중인 데다,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마쳤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HMM과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기업 4곳도 연달아 부산으로 이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광양 본사론'도 제기되고 있어 본사 입지를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항만 업계 관계자는 "아직 확실히 발표된 게 없고 입법 전이기 때문에 본사가 어디로 갈지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세부안이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오늘 발표를 통해서 내용을 알았기 때문에 통합 후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추후 해수부 등 중앙부처와 관련 협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PA들이 지역 지사로 재편되면 조직과 업무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기능 중복 해소'를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4개 공사에 분산된 관리 부서의 통폐합이나 인력 구조 개편도 예상된다. 4개 PA의 각기 다른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작업도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인천항만공사의 경우 정부 지분(80.67%)을 제외한 한국해양진흥공사,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이 20%에 육박한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미 2011년 해수부 용역에서도 대형화에 따른 의사결정 복잡화와 경쟁력 약화 우려로 폐기된 사안"이라며 "인사·보수·정보시스템 통합 등 막대한 전환 비용에 대한 분석도 없는 졸속 추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