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미 나토 탈퇴’ 이슈까지… K-방산 기회 ‘쑥쑥’
‘재무장’ 필요성 절감한 유럽, 방산지출 속속 확대
중동발 수요 지속 전망… 중남미시장 진출도 가속
지난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이 전년 대비 60% 증가한 154억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들어 2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러우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을 둘러싼 긴장감도 크고,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탈퇴 협박을 이어가며 각국에서 방산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무기 수출시장에서 한국은 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러시아(5.8%)와 이탈리아(5.7%), 독일(5.1%)과 같은 전통적인 무기 수출 강국들을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세계 1위인 미국(42%)이 압도적인 시장 공급 비중을 자랑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 으름장을 놓고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내비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현실이 미국의 동맹국들조차도 미국 외 공급처로 방산 조달을 다변화하도록 떠밀면서 한국의 일부 미국산 대체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사진=KOTRA 제공] 우리 방산 기업 관계자가 칠레군 고위 관계자에게 제품의 기술력을 설명하는 모습. |
●이란전 끝나도 K-방산 각광
당장 이란 전쟁이 종전되더라도 한국산 무기에 대한 중동 수요는 여전히 클 것이며, 미국을 대체할 다변화 수요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쟁에서 유사시 특정 공급국에 대한 조달 편중이 물량 확보 시점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중동 국가들이 깨달았다는 것이다.
하나증권은 9일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동의 무기 수입은 여전히 미국 중심 구조가 유지되겠으나 빠른 납기와 현지 생산, 기술협력 가능한 비미국 공급선 병행 방향으로 전개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한국 방산기업들이 이와 같은 조건들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채운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을 통해 중동 국가들은 ▷자국 영토와 핵심 산업시설이 직접 전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안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고가·고성능 방공체계만으로는 대량의 저가 드론 공격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다”며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의 군비지출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종전 이후 중동의 방산 수요는 군비지출 확대, 무기수요 증가, 비미국 공급선 병행 가능성 확대라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흐름은 결국 한국 방산기업들의 중동 수주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재무장에 역대급 방산지출
유럽의 방산 수요도 성장이 기대된다. 2기 행정부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과 나토 탈퇴 위협은 유럽 국가들에 재무장(ReArm) 필요성과 방위산업 투자에 대한 시급성을 일깨웠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은 전반적으로 방위비 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나토 방위지출 추적기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나토 사상 최초로 유럽 동맹국인 노르웨이가 1인당 방위비 지출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노르웨이는 방위비로 미국보다 1인당 약 566달러를 더 지출하고 있다.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은 전반적으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나토 동맹국들이 작년 헤이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새로운 국방 지출 서약에 따라 방위비 지출 노력을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서약에서 동맹국들은 GDP의 5%를 국방 및 방위 관련 항목에 지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2025년에만 유럽 나토 동맹국들과 캐나다는 방위비 지출을 전년 대비 20% 높였으며, 이제는 모든 나토 동맹국들이 기존 방위비 지출 목표였던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을 초과 달성한 상태다. 특히 폴란드는 GDP 대비 4.3%로 방위비 목표 전진을 선도하고 있다. 스페인을 제외한 각 나토 동맹국은 2035년까지 GDP 대비 국방 지출 비율을 5%로 목표한 바 있다.
다만, 이처럼 커진 유럽 방산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 넘어야 할 장벽은 낮지 않다. 유럽연합(EU)이 SAFE(Secure Action for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산 부품 65% 이상 조건을 걸고 있다는 점,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된다는 점 등이 문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WB그룹과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현대로템이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협업을 모색하는 것 또한 이를 뚫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중남미서도 다변화 수요 포착
여기에 K-방산의 진출 시장 다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방산 수출대상국은 지난 2022년 폴란드와 UAE 등에 수출이 집중되며 7개국에 그쳤으나, 2025년에는 16개국으로 확대되며 수출 시장이 크게 다변화됐다. 여기에는 페루, 콜롬비아 같은 중남미 국가들도 포함됐다.
최근에도 정부는 지난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지구 반대편 중남미에 민관 방산협력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절단은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서 열리는 중남미 최대 항공·방산 전시회인 ‘칠레 항공우주국제전시회(FIDAE) 2026’에 참석하고 브라질 K-방산포럼을 개최하는 등 세일즈 활동을 벌였다.
이번 칠레 항공우주전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KODITS)는 K-방산 31개사, 공관 등과 함께 4월 7일부터 12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 한국관을 운영했다. 또한, 한국 방산의 날(K-Defense day) 행사를 열고 현지 군사 및 방산기업 관계자를 초청해 협력 기회를 가졌다.
K-방산의 중남미 진출은 오랜 기간 다양한 방면으로 진행돼왔다. 우선 페루의 경우 G2G 계약으로 순찰차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군함 및 경비함 현지 공동 건조, 잠수함 설계 용역 수주에 이어 K2전차 및 K808 차륜형 장갑차 수출계약, 공동생산 및 현지화 등 다양한 협력이 커지고 있다.
중남미 방산시장은 기존 군 현대화 수요(항공기 및 해군 무기체계 평균 연식 최대 45년)에 더해 일부 주변국과 국경분쟁 및 국경 관리 필요성 증가, 반군 대응 및 치안 강화 필요성 지속, 해양자원 보호 수요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기존 미국, 유럽에 대한 무기 의존을 다변화하려는 수요도 작용한다. 최근에는 한국, 이스라엘, 터키 등이 신흥 방산 공급 유망국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한국은 방위산업 발전을 무기로 안보와 경제 성장을 함께 달성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장성길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장은 “중남미 방산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중남미에서 한국은 방위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안보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로, 방산 공급처 다변화에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며, “많은 중남미 국가들에서 로비 관련법 등으로 민간기업의 군 면담이 제한적인 만큼 민관 원팀을 긴밀히 가동해 방산 수출 확대 성과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