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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19 돌파한 히트상품의 ‘두 가지 공통법칙’

작성 2022.10.14 조회 1,525
일본, 코로나19 돌파한 히트상품의 ‘두 가지 공통법칙’
반드시 첨단 기술과 거액의 홍보비가 필요한 것은 아냐

코로나19 장기화로 일본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 기술이나 거액의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히트 상품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상품에 공통으로 적용된 ‘법칙’은 무엇일까?

#사례1 : 
지상파 방송 수신이 불가능한 TV로 대박 터뜨린 돈키호테

한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일본의 대형 할인매장 돈키호테는 ‘돈, 돈, 돈, 돈키, 돈키호테, 볼륨 만점, 최저가 정글’이라는 경쾌한 로고송과 큼직큼직한 느낌의 매장 디자인, 아기자기한 팝(POP)카드로 상징되는 일본의 유명 할인매장이다. 돈키호테의 운영사 팬퍼시픽인터내셔널은 창사 이래 32년 연속 플러스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 우량 기업인 것이다.

돈키호테는 작년 말 오리지널 브랜드 TV를 출시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초기 생산 분량 6000대가 전량 매진돼 큰 화제를 모았다. 돈키호테는 소비자들의 추가 판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6000대를 추가 생산해 올해 2월 중순부터 재판매에 들어갔다.

유명 내셔널브랜드(NB) 라인업이 즐비한 TV 시장에서 유독 돈키호테의 PB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돈키호테에서 출시한 TV 제품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외관은 일반 TV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디자인으로, 내부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인터넷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가격은 42인치 모델이 3만2780엔, 24인치 모델이 2만1780엔으로 저가다.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저렴하다는 것 외에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이 제품의 특징은 바로 TV튜너가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TV튜너가 내장돼 있지 않아 공영방송인 NHK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TV라는 점이 다른 TV 제품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방송법에 따라 NHK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장비, 즉 TV튜너가 장착된 TV를 보유하면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TV를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해도 TV가 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 없이 연간 2만6000엔 정도의 수신료 지불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튜너 없는 TV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일본 젊은 세대의 TV 이탈 현상이 존재한다.  한국의 MZ세대와 마찬가지로 일본 젊은 층도 TV를 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청년층 1인 세대 중에는 TV가 없는 집도 흔하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집에 TV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TV는 일본인의 필수 가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일본에서도 TV 대신 인터넷 동영상을 시청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했다. 돈키호테에서 판매하는 ‘TV튜너 없는 TV’는 인터넷 동영상만 시청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 수신 기능을 배제한 만큼 동일 스펙의 중국 브랜드 TV보다도 1만 엔 이상 가격이 싸다. 게다가 보지도 않는 NHK 수신료를 합법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사례2 : 
고령자를 위해 ‘걸쭉함’을 첨가한 음료 자판기

일본은 전국 어딜 가나 자판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판기 천국’이다.  일본 자동판매시스템기계공업회(JVMA)가 조사한 2020년 기준 일본 내 자판기 설치 대수는 404만 대로, 절대량 면에서는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2위이며 인구 대비로는 1위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냉·온 음료 자판기가 별도로 설치되는데 비해 일본은 단일 자판기에서 제공이 가능한 점 등 자판기 관련 기술력도 돋보인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정상 영업이 어려워진 외식업계가 평소 매장에서 제공하던 요리를 자판기를 통해 판매해 활로를 모색 중이라는 뉴스가 화제가 된 가운데 음료에 걸쭉한 식감을 추가하는 기능을 보유한 자판기가 주목받고 있다.

이 자판기는 컵 타입의 자판기 등을 취급하는 일본의 자판기 업체 에이펙스가 2018년에 개발한 제품이다. 걸쭉한 형태의 음료를 판매하는 이유는 음식물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 고령자가 목숨을 잃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오연성 폐렴을 막기 위해서다. 음료에 걸쭉한 식감을 첨가해 목 넘김을 천천히 함으로써 음료가 기도로 잘못 넘어갈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기존에 요양시설 및 의료 현장에서는 고령자의 오연성 폐렴 방지를 위해 직원들이 음료에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과정을 매번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제한된 시간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점에 착안한 에이펙스는 2018년 의료·돌봄 시설에 서버 타입과 급탕기 타입 두 종류의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조리기기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자판기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 자판기는 현재까지 백화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일본 전국의 대형 집객시설에 약 200대가 설치됐으며 고령인구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사례3 :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음파통신 체온계

오므론헬스케어가 생산하는 체온계 ‘검온군’은 작년 3월 출시 이래 불과 9개월 만에 30만 대 이상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검온군은 측정한 체온 데이터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타사의 유사 제품과 달리 체온계 본체와 스마트폰 간 통신방식으로 블루투스가 아닌 음파통신을 채택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오므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블루투스 통신방식을 사용하면 체온계에 블루투스 칩을 추가해야 하므로 제품 개발 기간이 길어진다. 오므론은 되도록 기존 제품의 형태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발 기간과 검사 과정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기존 체온계 제품에는 체온을 측정하면 ‘삐삑’하는 소리가 울리는 기능이 장착돼 있었는데 ‘이 음파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할 수 없을까’라는 발상이 음파통신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검온군은 기존 제품과 구조와 형태가 동일하기 때문에 의료기기 인증심사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단축할 수 있어 개발 기간을 기존의 3분의 2로 줄였고 양산체제 구축도 쉬워 납기도 단축할 수 있었다. 또한 블루투스는 페어링을 설정 및 해제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불만도 있었던 만큼 음파 통신은 페어링 과정이 불필요해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호평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오므론은 기존 제품의 특징을 응용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신제품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만족까지 이끌어내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우리 기업 시사점

불경기를 극복해낸 일본 히트상품들의 공통 법칙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비자 니즈는 의외로 명확하며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보통 마케팅 업계는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고객의 행동이나 심층 심리를 굳이 파고들지 않아도 니즈는 의외로 명확하고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고령자가 액체를 잘못 삼켜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음료에 걸쭉한 식감을 첨가하는 아이디어는 예전부터 있었다. NHK 수신료에 대한 고질적 불만과 청년층의 TV 이탈 현상도 일본의 다수 언론에서 수없이 다뤄온 주제다.

이처럼 히트 상품을 낳는 핵심 요인은 우리 일상에 얼마든지 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인지하더라도 실제로 니즈를 반영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은 데 있다. 튜너 없는 TV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불편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시장에 재빨리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빠른 시장 테스트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처한 시장환경과 제약에 지배된 나머지 전례와 고정관념에 매몰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조직체계가 수직적, 폐쇄적이고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오므론의 체온계 사례를 빌려 설명하자면 하드웨어와 앱을 연결하는 통신수단은 당연히 블루투스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거나 신제품 개발 시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필요 없는 기능 개발과 디자인 쇄신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고 있지 않은지, 인증이나 양산체제 구축에 불필요한 시간을 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새로운 기능의 추가와 디자인 쇄신은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소비자 니즈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시장수요에 대응해 적시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공정의 효율화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돈키호테 TV 사례처럼 NHK 수신료를 합법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는 TV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상황임에도 대형 가전 메이커들이 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가에츠대학 다카하시 요이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TV튜너 미탑재 TV를 생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간단한 일이고 소비자 니즈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형 가전업체 입장에서는 오랜 협력관계에 있는 방송국의 반발을 우려해 인터넷 전용 TV 제조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돈키호테는 그 틈새를 파고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제약이 많은 대형 기업들은 선뜻 나설 수 없는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히트 상품을 탄생시킨 돈키호테의 도전적인 시도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참고할 만하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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