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선업 재건의지에 韓 협력가능성 더커져…"실리 챙겨야"
中견제 목표에 韓어부지리 혜택…조선협력 지렛대 삼은 통상전략 필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조선업 (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 조선산업 재건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하면서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고 있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계획은 압도적인 선박 건조량을 바탕으로 구축된 중국의 해양 패권 견제가 궁극적 목적인데 한국은 두 국가의 경쟁 구도를 잘 활용해 실리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5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한 의회 연설에서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백악관에 새로운 조선 (담당) 사무국을 설치하고, 조선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한때 아주 많은 선박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많이 만들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매우 곧 매우 빠르게 선박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 재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미국의 부족한 건조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한국 등 동맹과의 협력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은 현재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이러한 미국의 계획은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건조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가 시행된다면 글로벌 선사들의 중국 발주 물량은 감소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 조선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998년 대우조선해양 방문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직후 한국과 조선업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가운데)이 지난 1998년 6월 경남 거제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선박 건조를 둘러보는 모습. 왼쪽은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대우조선해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한국 조선업에 대해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의 협력을 처음 언급했다.
미국은 현재 미국 조선소 20여곳에 발주된 상선 수주잔고(남은 건조량)이 29척인 것을 고려해 건조 분야에서도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 상원의 마크 켈리(민주·애리조나) 등이 발의한 이른바 '선박법'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이 대표적으로, 법안은 미국 선적 상선을 10년 내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법안은 의회 종료로 폐기됐지만 이러한 선박 건조를 위해 동맹과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더욱 부각됐다.
또 전력보강이 필요한 미국 해군을 위해 미국 의회가 한국과 같은 미국 동맹이 자국 조선소에서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등을 발의하면서 군함 건조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대화하는 안덕근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대표 산업이 보조금 철폐, 관세 등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더욱 절실해지는 면도 있다.
이에 미국이 원하는 조선업 협력을 지렛대 삼은 대미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방미 기간 군함, 탱커, 쇄빙선 등 미국이 패키지로 장기 대량 주문을 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협력해 미국의 주문 물량을 우선 제작해 납품할 수 있다는 제안을 미국 측에 한 것이 호평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투자에 세제 혜택을 예고한만큼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에 이어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도 현지 조선소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SK증권 한승한 연구원은 "미국은 해군력 강화와 조선업 부흥을 위해 동맹국들의 미국 본토 내 조선소 인수 혹은 투자를 통한 협력을 강하게 원하고 있음이 증명됐다"며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특수선, 상선이 동시에 맞물린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