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주주 기준 완화 만지작거리다 한발 물러서나…왜?
여당, 양도세 완화 띄우기에 추경호 '일축'
예산안·인청 등으로 구체적 논의는 내년에
"구조적 저성장에 감세 바람직하지 않아"
vs "주식투자 활성화 위해선 기준 상향해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주주의 기준 금액을 높여 주식양도세를 대폭 완화하는 논의가 최근 당정에서 나왔으나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하면서 차기 부총리에게 바통을 넘겼다.
1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2일 임기 중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시장 등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 현재 얘기를 듣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후임인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는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갈음했다.
연말 예산안 및 법안 통과, 인사청문회 등으로 주식양도소득세 완화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세법 시행령 개정 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주식양도세는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매겨지는데, 당정은 이달 초 종목별 대주주 기준금액을 상향해 과세 대상을 줄이는 방식으로 완화할 거라는 얘기를 띄워왔다. 하지만 올해 연말 기재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주식양도세는 지난 20년간 정권과 관계없이 과세 대상을 늘리며 강화돼왔다. 유가증권시장 대주주 기준은 2000년 100억원에서 현행 10억원까지 서서히 하향됐다. 문재인 정부 땐 3억원까지 하향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고, 홍남기 전 부총리가 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주식양도세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다. 증시를 부양하고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폐지는 소득세법 개정 사안이지만 대주주 기준 완화는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국회 입법 절차 없이 정부가 독립적으로 개편할 수 있다.
여당이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 개편을 촉구했지만 이를 일축한 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자 감세' 드라이브라는 비판을 고려한 처사로 관측된다. 특히 올해는 본 예산 대비 국세수입이 약 60조원 부족한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를 겪었다. 내년 세수 역시 정부의 예측(367조4000억원)보다 6조원이 덜 걷힐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를 반대하는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으로 이익을 얻는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감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금융자산이 전체 1경이 넘을만큼 커졌다면 주식양도세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맞지만 연말 주가 하락 때문에 기준을 상향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연말에 대주주가 주식을 많이 팔아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수 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나라가 구조적으로 저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은 차별화 해소라는 측면에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주주들이 연말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사고파는 시장의 혼란은 이어질 거라며, 주식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당한 규모의 대주주로 기업의 지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선 세금을 매겨야 하지만 주식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주주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주식투자가 많이 이뤄지도록 상당 부분 완화해주는 게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장기보유에 대해서 감시해주는 작업 등도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