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프트 시장, 디지털이 대세
일본에는 여름이면 ‘오츄겐’, 연말에는 ‘오세이보’라고 해서 선물을 통해 그간 신세진 사람에게 성의를 표시하는 문화가 있다.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면 기념으로 그 지방의 특산물을 선물하는 ‘오미아게’, 명절이나 결혼식, 장례식이 끝난 뒤 건네는 ‘오쿠리모노’ 역시 대표적인 일본의 선물 문화다. 이런 전통 문화가 비현금 결제 도입 확대, 사회공유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변하고 있다.
★ 변화하는 일본 선물시장=일본의 선물 관련 시장은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9953억 엔이던 것이 2018년 1조561억 엔으로 소폭 증가하면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전통적인 설(신년), 추석 시장은 젊은 층의 인식 변화와 중장년층의 구매력 하락으로 계속 감소하는 반면 SNS 등을 활용한 ‘소셜 기프트’ 수요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4년 82억 엔에 불과했던 소셜 기프트 시장은 2018년 1167억 엔까지 성장하면서 전체 선물시장의 13%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소셜 기프트 시장이 2023년에는 2492억 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기존의 오프라인 상품권이나 선물 위주였던 선물시장이 점차 온라인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 SNS로 전하는 감사의 마음=소셜 기프트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선물을 SNS와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보내는 서비스다. 한국 카카오톡의 ‘선물하기’와 SK플래닛의 '기프티콘’, KT엠하우스 '기프티쇼’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일본에서는 기프티가 대표적인 소셜 기프트 기업이다.
소셜 기프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높은 구매 편의성과 함께 음료, 제과, 음식 등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대부분 1000엔 이하의 가성비 좋은 상품이 주를 이뤄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소셜 기프트를 보낼 때 간단한 감사 말을 전할 수 있는 카드나 사진,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어 말로 하지 못한 감사의 마음을 부담 없이 전할 수도 있다. 개인 주소나 핸드폰 번호를 몰라도 SNS 아이디만 알면 선물이 가능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적다.
‘현금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이지만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일본 정부의 캐시리스 결제 포인트 환원 정책 등의 영향으로 현금 이외 수단으로 결제하는 캐시리스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접촉 결제 방식의 급부상으로 소셜 기프트 시장도 더욱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 법인 활용도 높은 소셜 기프트=주목할 점은 개인 간의 선물이 90%(점유율 1위 카카오커머스 기준)을 차지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 내 소셜 기프트의 특징은 개인 이용이 30%, 회사 마케팅용이 70%로 법인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법인 활용도가 높은 것은 경품 관리 및 배송에 드는 예산을 줄일 수 있고 응모자 정보 등을 일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첨자나 수령자가 정해진 금액 안에서 상품을 고를 수 있어 응모행사 활용도도 높다.
주주 우대제도, 이벤트 등에 소셜 기프트를 활용 중인 NEC는 “소셜 기프트 이용 페이지에 설문조사 페이지도 함께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수요를 조사하고 고객의견을 직접 집계할 수 있다”면서 소셜 기프트 활용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일본 진출을 검토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소셜 기프트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홍보 효과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소재인 만큼 제품, 서비스의 신규 런칭을 알리는 마케팅 도구로 검토할 만하다. 한국의 소비재 기업이라면 소셜 기프트 시장은 또 다른 유통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주요 소셜 기프트 서비스는 화장품, 유아용품, 외식 등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들 분야에서 한국 제품 수요가 높다.
해외 소비재 기업에게 일본 소셜 기프트 시장은 지금까지의 진출 루트인 오프라인과 전자상거래에 이어 새로운 경로로서 매력적이지만 현지에 오프라인 채널이 없다면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기프트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령하려면 소셜 기프트 수신자가 교환처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데 일본에 유통망이 없다면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환, 환불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현지 실정에 맞는 소비자 정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다.
따라서 일본 소셜 기프트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은 우선 현지에 오프라인 유통기반을 마련해 어느 정도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뒤 점진적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연계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