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전부터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관문이었던 중앙아시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중국, 중동, 파키스탄-인도 등 거대 경제권 및 자원 부국들에 둘러싸여 있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중앙아 국가*들은 풍부한 광물·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천연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강대국 중심으로 자국 중심적 산업정책이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지정학·지경학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 중앙아시아(Central Asia)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5개국을 말함
중앙아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희토류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자원*이 다량 매장되어 있으며, 최근 교역과 외국인직접투자 증가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와 글로벌 질서 재편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협력 대상이다. 중앙아 주요국들도 대외 정세와 국제경제 여건에 발맞추어 중장기 경제성장 전략을 채택하고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인 산업 고도화와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어 현지 개발 프로젝트 참여와 생산 네트워크 다변화 측면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많은 진출이 기대된다.
* 중앙아 주요국 천연자원 매장량 세계 순위
(카자흐스탄) 석유 12위, 우라늄 2위, 천연가스 22위, 석탄 11위, 크롬 1위, 망간 2위 등
(우즈베키스탄) 금 9위, 우라늄 8위, 몰리브덴 13위, 천연가스 16위 등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 4위, 석유 44위 등
이에 본 보고서는 중앙아시아에서 경제 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큰 3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각각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산업 발전 정책을 알아본 후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對중앙아 진출 유망 분야 및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도출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①자원·에너지, ②도시 인프라, ③ICT, ④보건·의료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유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자원·에너지 산업은 중앙아시아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각국 정부는 동 산업의 개발과 고도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과 수출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며, 광물 자원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은 지질탐사 및 광물 산업의 부가가치 증대에 많은 투자를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천연자원 생산 및 활용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있어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는 만큼 활발한 협력이 기대된다.
도시 인프라 관련 분야에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 국가들은 최근 신도시 건설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도시의 대중교통 현대화 및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 기업들은 그간 중앙아 지역에서 뉴타운 건설, 도로 건설, 대중교통 차량 공급 등 도시 인프라 사업을 활발히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향후 건설 분야는 물론 전기버스와 같은 친환경 대중교통 차량과 중장비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통합교통관제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디지털 전환을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하여 해외기업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ICT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자정부 시스템, 통신망 고도화, 스마트 팩토리, 사이버 보안 시스템 등의 분야에 대한 진출이 유망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고도화도 중앙아 국가들의 중점 투자 분야이다. 특히 도시와 지방 간 의료 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 도입과 의료인력 교육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제약산업 발전 및 의료기기 국산화에 대한 의지가 크다. 다수의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현지에 진출해 있고 각국 정부에서도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의 수준에 대해 높은 신뢰를 표시하고 있는 만큼 향후 활발한 협력이 예상된다.
추가적으로 협력이 유망한 분야로는 카자흐스탄의 스마트팜 산업과 우즈베키스탄의 자동차 산업이 꼽힌다. 농업은 카자흐스탄의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10% 이상이 종사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산업이며, 카자흐 정부는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기업들이 이미 카자흐스탄 스마트팜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국으로, 우즈벡 정부는 자국의 핵심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대해 높은 정책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및 부품에 대한 인센티브도 늘어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중앙아 국가들은 경제·산업정책의 추진에 있어서 정부의 영향력이 큰 만큼 실질적인 협력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민-관 공동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상회담 및 정부 간 협의체 운영을 통한 협력 채널을 보다 활성화하고 공급망 협정과 같이 우리나라의 가치사슬 회복탄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시스템 구축도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민간 차원의 협력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해 우리 기업의 수요에 기반한 협력 과제 도출과 기업 간 교류 기회의 확대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