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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피로 얼룩진 미얀마 최대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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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3 271

[세계는 지금] 피로 얼룩진 미얀마 최대 명절
시민들, ‘띤잔’ 연휴에 물 축제 대신 시위
“군부, 명절 기간 시위대 최소 26명 살해”

미얀마 군부가 현지 최대 명절인 띤잔(Thingyan) 연휴 기간 적어도 26명의 시민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시민들이 명절 연휴 기간에 축제 대신 시위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띤잔 축제는 지난 4월 13~17일 닷새간 진행됐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축제가 제한됐다. 올해도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지만 군부가 민심 수습과 대외 안정 과시 등을 위해 축제를 허용했다.

미얀마 독립 매체 <이라와디>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의 밍에마을에서 띤잔 전야제가 열리는 동안 보안군이 주민에게 총격을 발사해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띤잔 첫날인 14일에는 만달레이 밍에마을 축제 관계자에게 보안군이 기습 공격을 가해 1명이 죽고 1명이 다쳤다. 둘째날인 15일에는 사가잉에 위치한 카니마을에서 반군부 시위대가 결성한 자위대와 보안군간 총격전이 벌어져 6명이 숨졌고 적어도 20명이 실종됐다.

총격전의 발단은 보안군이 시위 지도자 등 70여 명을 구금한 것이었다. 자위대는 이들을 석방하고자 고속도로 검문소를 지켰다. 보안군은 파업 중인 철도 직원을 위한 공공 기부금도 약탈했다. 밍에는 매일 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던 지역이다. 띤잔 셋째 날인 16일에는 만달레이 루비 집산지 모곡에서 보안군이 반군부 시위대를 공격해 적어도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라와디>는 군경이 반군부시위 이후 해산하는 시민에게 발포했다고 전했다.


▲[양곤=AP/뉴시스] 4월 15일 ‘띤잔’ 명절 연휴에 미얀마 양곤에서 마스크를 쓴 반 쿠데타 시위대가 띤잔 축제 전통 음식인 몽롱예보(Mont lone yay baw)에 세 손가락 경례가 그려진 작은 깃발을 꽂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시위대는 미얀마 전통 축제를 즐기는 대신 군부에 저항하는 혁명적 띤잔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들 “혁명적 띤잔 보낼 것” = 띤잔 연휴 기간에 미얀마는 전년도의 불운을 씻어내기 위해 서로 물을 뿌리며 튀기는 야외 행사가 전개되곤 한다. 그러나 현지 언론 <미얀마 나우>는 거리에는 전날 폭우와 강풍으로 부서진 간판과 전선이 나뒹굴 뿐 축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미얀마 군부가 아직 코로나19 감염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띤잔 축제를 강행한 속내에는 쿠데타로 흉흉해진 민심을 환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러나 시민들은 띤잔 축제를 즐기는 대신 띤잔을 소재로 한 반군부 시위에 나섰다.

올해는 시민들이 군사 정권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출하고 군정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을 추모하고자 행사를 취소하면서 대부분 도시가 조용했다. 여기에 군부가 평화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미얀마인들은 물 대신 피가 튀는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

<미얀마 나우>는 지난 9일 군부 유혈진압으로 80명 이상이 숨진 양곤 인근 바고시도 침묵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군부의 당시 민간인 유혈진압은 정교한 전쟁 무기를 이용해 이뤄졌다면서 띤잔 이후 민간인에 대한 폭력 사용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군부의 테러 전술이 어느 정도 시위 진압에 효과를 발휘했지만 많은 시민이 여전히 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학생 운동가들이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군부의 인터넷 통제에도 지난 2주 전부터 자체 매체 등을 통해 ‘혁명적 띤잔’을 요구해왔다.

매체에서 인터뷰한 다곤대 학생연합 출신 아웅 레이는 혁명적 띤잔을 주장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시위대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띤잔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대중의 인식이 있다고 한 뒤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한다”며 “양곤에는 지금 물 축제가 없고 단지 시위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만달레이에 거주하는 시인 쵸 기는 “우리는 올해 띤잔을 혁명적인 구호로만 축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달레이의 올해 띤잔은 조용할 것”이라며 “지금은 숨진 이들을 애도할 때다. 군부의 정권 탈취가 단지 일상으로 복귀에 불과하다는 정권의 거짓말을 존중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를 포함한 미얀마 시민 수천 명은 지난 13일 ‘점토 항아리 시위’에 나섰다. 띤잔 상징인 점토 항아리에 민주화 구호를 새겨 넣어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행진을 하고, 구경꾼들은 전통에 따라 물을 뿌리며 축복했다. 현지 주민은 물론 학생단체와 수도자 단체 등 반군부 연대를 희망하는 다수 단체가 행진에 참여했다.

이어 14일에는 붉은색 페인트와 잉크를 이용해 정권의 시위대 유혈진압을 비판하는 ‘피의 시위’가 개최됐다. 15일에는 자동차 시위가, 16일에는 침묵시위가, 17일에는 숨진 영웅들을 추모하는 전국적인 기도회가 열리며 명절 연휴는 시위 일정으로 가득 찼다. 만달레이 거주자인 인 인은 “극악무도한 총격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며 “우리는 올해 띤잔에는 혁명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군이 하는 어떠한 것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우리를 지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라와디>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군사학교 생도들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남성 다수가 교정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현란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1분 분량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도구를 이용해 물을 뿌리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 매체는 “만달레이의 군사학교에서 생도들이 띤잔을 기념했다”며 “다른 사람들은 지난 2월 이후 정권에 의해 살해된 수백 명의 시위대를 존중하고자 축제를 즐기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라와디>는 지난 6일 양곤과 샨주 등 각지에서 청년층이 띤잔 행사 불참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캠페인이 성공하면 미얀마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고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려는 군부의 의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명절을 맞아 시위 이전에 수감된 죄수들을 특별사면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저항 운동을 벌이다가 체포된 사람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꼬 뚠 우 교정부 대변인은 이번 명절 특사에 대해 “대상자는 대부분 2월 1일 이전에 구금된 사람들이며 그 이후 체포된 사람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한편, 시위대를 대상으로는 사형선고를 남발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교정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재소자 2만3047명을 사면하고 이 가운데 외국인 재소자 137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반 쿠데타 시위 유혈진압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728명이 숨졌고, 아웅산 수지 고문을 포함한 3141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AAPP에 따르면 군부는 대규모 사면을 단행한 와중에도 반쿠데타 시위와 관련해 832명을 수배 중이다.

시위가 계속되던 4월 15일 군부는 하루 동안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 지도자와 유명인, 정치사회 운동가 등 36명을 체포했다. 군부가 체포한 인물 중에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진 윈과 유명 가수 포 포 등이 포함됐다. 17일에는 미얀마 유명 영화 감독인 크리스티나 끼와 배우 젠 끼 부부가 양곤 공항에서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가 체포됐다.

이들은 공무원에게 시민불복종운동(CDM) 참여를 독려하고 반군부 진영이 구성한 임시정부 연방의회 대표자회의(CRPH)를 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CRPH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음에도 군부 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들이 결성한 정치단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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