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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무역에서 인권으로 옮겨가는 미중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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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무역분쟁,# 홍콩인권법,# 신장위구르인권법

2019-12-13 2,063

[세계는 지금] 무역에서 인권으로 옮겨가는 미중분쟁
홍콩인권법 이어 신장위구르인권법 미 하원 통과
두 고래 사이 ‘새우’ 한국, 한쪽 선택해야 할지도

한 미국인 소녀가 화장법 영상에 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한 중국 정부 비판 내용을 넣어 ‘SNS 스타’가 됐다. 문제의 영상은 세계적인 동영상 앱 틱톡에서 140만 건이 재생되고, 트위터를 통해 확산하면서는 5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 뉴저지주의 17세 소녀 페로자 아지즈는 영상에서 속눈썹 화장을 하다가 갑자기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찾아보라”며 “그들은 무고한 무슬림들을 집단수용소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신장지역 위구르족들을 “가족과 떨어트리고, 납치하며, 살해하고, 성폭행하고 있다”며 “억지로 돼지고기를 먹이고, (술을) 마시게 하며, 개종을 강요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처럼 근래 들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때로는 무역 전쟁, 때로는 헤게모니 싸움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이 최근에는 인권 문제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후 미중 인권 분쟁의 최고 격전지였던 곳은 홍콩이었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민주선거에서 범민주세력이 승리한 이후 중국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강경 진압도 주춤한 상태다. 반면, 중국 정부의 신장지역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 의혹은 최근 새로운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갈수록 격화되는 모양새다.

●홍콩 다음은 위구르… 중국 압제 문제시 = 미 의회에서 ‘홍콩 인권법’, ‘위구르 인권법’이 통과되면서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 하원은 12월 3일 중국의 신장지역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위구르법 2019’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7표, 반대 1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신장위구르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탄압에 역할을 한 중국 고위 관리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월 상원에서 가결됐던 법안보다 더 강력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실태를 폭로하는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의회에 상정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의회(ICIJ)가 공개한 문건은 지난 3년 사이 신장위구르자치구 곳곳에 세워진 강제수용소들이 자발적인 직업훈련센터라는 중국측 주장이 허위임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들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약 100만 명의 위구르 무슬림들이 재판조차 받지 않은 채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의 주하이룬 부서기 겸 공안청장은 수용소장에게 보낸 메모에서 수용소는 탈출이 불가능하도록 엄격한 경계 속에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탈출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되며 수감자들에 대해서는 회개와 자백을 하도록 하고, 만다린(표준 중국어) 학습을 최우선으로 하는 등 수용자들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중국을 처벌할 수 있는 증거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신장 문제에 ‘무역’을 볼모 삼고 있다. 장준 UN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10월 30일 위구르 문제가 현재 진전을 보이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날은 UN 인권위원회에서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과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성명이 낭독됐다.

그는 한편으로는 무역협상 타결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 문제를 내세워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무역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신장지역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 의혹은 최근 새로운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갈수록 격화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의 위톈(于田)에서 위구르족 남성이 집을 청소하는 모습. (AP/뉴시스)
 

●미중분쟁서 곤란한 입장 처한 한국 = “온갖 방법을 써가며 중국을 먹칠하고,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고, 중국을 억제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12월 4~5일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외교부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 말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그는 사드 이슈로 난항을 겪었던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미국을 ‘저격’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견제에 대해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도 있고 강권정치의 오만도 있다”며 이는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부흥은 역사의 필연이고, 중국의 발전은 인민의 선택이며 가면 갈수록 더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압박이 된다는 점이다.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중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미중분쟁에서 한국을 포섭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이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불거진 한미 간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고리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발전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연계 강화를 통해 미국 견제를 꾀하고 있다.

실제 왕이 국무위원은 정·재계 인사들과 오찬에서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발전전략에서 협력 방안을 찾고, 높은 수준의 정치적 상호 신뢰와 다자 협력을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신남방과 일대일로가 겹치고, 인도·태평양 구상에 직접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미 동맹에서 한국을 린치핀(핵심축)이라고 지칭하는 등 패권국가 사이에서 어려운 위치에 처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수록 한국은 지금과 같은 정책적 선택의 압박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으로부터 더 큰 압박과 신뢰 손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것이 미중 사이의 선택이라는 선입관은 버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