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은 경제적·체계적 경쟁자" 재설정
집행위 전략보고서에서 "핵심분야 경쟁자" 지적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세계 전략이 제기하는 무역, 경제 성장 및 안보에 대한 위협을 주목하는 방향으로 대중국 관계를 재조정키로 결정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한 2년전 중국을 국제 규범과 제도를 유지하는 잠재적 파트너로 설정했던 것에서 급격히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을 5G 네트워크 개발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이자 정치적으로 '체계적인 경쟁자(systemic rival)'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전략보고서에 담긴 이같은 평가는 중국과 가까운 EU 회원국들을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EU의 대중국 접근 방식이 중국을 주요 전략적 경쟁자로 생각하는 미국과 가까워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는 무역분쟁, 북한문제를 둘러싼 갈등 및 중국의 지역적 야심 등으로 요동쳐 왔다.
EU 당국자들은 중국 시장 개방 노력의 실패,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조금 지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태, 기술 및 통신 부문을 장악하려는 시도 등으로 인해 유럽의 대중국 태도가 변화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 사이의 균형이 변화했다는 평가가 유럽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주 EU 외무장관들은 중국 외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며 이달 말에는 EU 지도자들이 브뤼셀 정례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전략적 도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 달 9일 EU는 중국 리커창 총리와 연례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몇 주 뒤 유럽을 순방할 예정이다.
후이 류 EU 주재 중국대표부 공보관은 "우리는 EU가 중국의 발전과 개혁,개방을 위한 새로운 노력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평가하고 중국-EU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힘을 보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U 당국자들은 유럽이 단합해 대중국 전선을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일부 유럽 국가들과 견고한 정치적 연계를 맺고 있으며 EU 회원국 정부의 상당수가 취약한 경제를 북돋우기 위해 중국의 투자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보고서를 환영하고 있다.
한 독일 고위 외교관은 "전략 보고서가 중국의 시장 개방 미흡이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유럽-중국 관계에서 점증하는 문제점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으며 유럽이 함께 대처해야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중국과 협상하고 있다. 이 양해각서는 EU 회원국 가운데 열네번째로 이탈리아 연립 정부내에서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미국과 여타 유럽국들의 비판도 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중국과 교역 및 투자 관계는 독일, 영국, 미국에 비해 뒤쳐져 있다.
보고서는 유럽내 대중국 논란을 일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EU와 회원국들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상업적, 안보적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조치를 제안하고 있다.
이에는 EU 외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문제에 대처하는 EU 규칙을 강화함으로써 중국회사들의 EU 조달시장 접근을 보다 상호적으로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의 협력이 EU의 규정에 맞도록 하기 위한 EU 차원의 노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기술 이전 강제 및 불공정 거래 관행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무역협상을 통한 압력을 증가시킬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차세대 모바일-인터넷 네트워크와 같은 핵심 통신 인프라스트럭쳐 등의 전략 부문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제기하는 위험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EU 집행위원회가 "5G 네트워크 보안 위험에 대한 EU 공동 정책"을 이달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회원국들은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의 5G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에 대해 제각각으로 대처하고 있다. WSJ는 트럼프 정부가 독일정부에 화웨이사가 5G 네트웨크에 참여하도록 허용할 경우 정보 교환을 제한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보도했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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