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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트럼프에게 치즈를’ 이탈리아의 선물

2019-10-11 516

[세계는 지금] ‘트럼프에게 치즈를’ 이탈리아의 선물
WTO 에어버스 소송 패배한 EU에 관세… 농식품에 25%
대서양으로 번진 무역 전쟁, ‘치즈 선물’ 퍼포먼스도 등장

 
“이탈리아의 선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세요.”

10월 1일 유럽 4개국 순방을 시작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순방 첫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로마 총리 관저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며 기념 촬영에 나섰다. 그러나 평범하게 시작된 촬영은 갑작스럽게 단상으로 올라온 여성의 돌발 행동으로 소란스러워졌다.

여성은 이탈리아 전통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Reggiano·파르메산 치즈) 한 덩어리를 폼페이오 장관에 건네며 “이탈리아의 선물”이라며 “총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웃으며 치즈를 받아들고 “고맙다”고 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콘테 총리는 여성을 향해 “이만 비켜달라”고 했으나 여성은 “당신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받아쳤다. 콘테 총리는 이어 “걱정하지 마라. 나는 총리로서 내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여성을 끌어내리는 데 경호원들이 동원됐다. 그는 단상 아래로 내려가며 “그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전해달라”며 “그건 우리의 마음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하라. 제발!”이라고 소리쳤다. 콘테 총리는 폼페이오 장관이 들고 있던 치즈를 보좌진에게 건네며 “(기자가) 자신이 이탈리아인임을 증명하는 방식이다”며 상황을 무마시켰다. “좋은 치즈다”고 말하는 콘테 총리에 폼페이오 장관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치즈 선물’ 퍼포먼스, 목적은 관세 비판 = 문제의 해프닝을 벌인 여성은 이탈리아 풍자 TV 프로그램인 <하이에나쇼(Le Iene show)>의 알리체 마르티넬리 기자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의 유럽산 식품 관세 부과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이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유럽연합(EU)이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에 보조금 지급을 한 것에 대해 미국이 연간 75억 달러(약 9조 530억 원) 규모의 EU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10월 2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오는 10월 18일부터 EU 항공기에 대해 10%, 농수산물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특히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농산물 중에서도 유럽산 치즈의 피해가 클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마르티넬리는 “이탈리아의 낙농업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포도주와 치즈 등 유럽산 농식품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내 행동은 오직 관세에 대한 것일 뿐”이라며 “이날 사진 촬영 현장에 가기에 앞서 치즈를 가방에 챙겼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엑스레이 기계도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며 “내내 웃고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한편 이날 콘테 총리와 폼페이오 장관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산업협력과 관세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또 러시아, 중국 등과의 전략적 관계를 논의하고 리비아 내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로마=AP/뉴시스】 10월 1일 이탈리아의 한 TV쇼 기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에게 치즈를 건네고 있다. 주세페 콘테(가운데) 이탈리아 총리는 옆에서 황당하다는 듯 웃고 있다. 이 기자는 미국의 유럽산 식품 관세 부과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라고 밝혔다. 

●치즈 무역의 상징성에 EU 강력 반발 = 10월 3일(현지시간) 에 따르면 유럽 낙농업자들은 “에어버스 때문에 유럽 낙농업계가 당했다”며 불만을 토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 EU산 치즈, 올리브, 위스키를 포함하면서다.

이탈리아 전통 파르메산 치즈의 생산을 관리·감독하는 이탈리아 낙농협회 아솔라테(Assolatte)는 관세 부과 이후 미국에서 이탈리아산 치즈 가격이 1㎏당 5달러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솔라테의 주세페 암브로시아 대표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무역협상에 있어 치즈는 특별한 존재다. EU의 대미 농산물 수출량 중 유제품 판매량은 5%가 채 안 된다. 그러나 오직 몇몇 유럽 회원국에서만 생산될 수 있고, 자부심을 품고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의 협상에서 EU를 상당히 취약하게 만든 품목이기도 하다. CNBC는 미국 협상단은 유럽산 치즈를 인질로 삼아 EU에 종종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다고 부연했다.

유럽 유제품협회(EDA)의 통계에 따르면 EU가 매해 미국에 수출하는 치즈량은 13만3000t가량이다. 이들 중 다수가 유럽 특정 국가에서만 생산되는 전통 유럽식 치즈다.

프랑스 유제품 업계 관계자는 “우리에게 (미국은) 엄청난 시장이다. EU 회원국을 제외하면 첫 번째 시장”이라면서 “우리의 야망은 미국에서 다수의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치즈 수입자협회는 “미 무역대표부(USTR) 측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10월 18일 관세가 부과되면 현재 운송 중인 상품에 대한 유예기간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럽 유제품협회는 “이탈리아 파르미자노 레자노와 페코리노(양 젖으로 만든) 치즈, 영국의 체다와 스틸턴 치즈 등은 미국의 보복성 관세에 영향을 받는다”며 “한편, 프랑스의 로크포르(프랑스의 대표적인 블루치즈), 네덜란드의 하우다(Gouda·고다) 치즈 등은 미국이 제시한 목록에서 제외됐다”고 미국의 관세 부과 기준에 의문을 표했다.

유럽 유제품협회 대표는 “낙농업계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인질로 잡혔다”면서 WTO를 향해 “EU 회원국을 단일 관세 블록으로 취급할 방법을 고안하라”고 지적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 담당 EU 집행위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에 성명을 내고 미국이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는 EU가 똑같은 조치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도록 몰아갈 것”이라고 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04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등 4개국의 항공기 보조금 지급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다. 미국은 에어버스에 제공되는 수십억 달러의 불법 보조금 혜택으로 연간 112억 달러(약 13조5180억 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2011년 WTO는 지난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이들 국가가 180억 달러(20조6000억 원)의 항공기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과 EU는 이번 관세 분쟁에 대해 회담하기 위해 오는 14일 무역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