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농산물 수출규제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
인도 쌀 수출 제한에… 국제 식량 가격 불안
농업 대국 인도가 최근 기후재난으로 인해 국내 농산물 작황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시장에 대한 일부 농산물 수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도 농산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식량 수급과 가격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인도는 세계에서 농산물 수출규제를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지난 7월 20일 인도는 인도 전체 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비(非)바스마티 백미(non-Basmati white rice)의 수출을 금지했고, 8월 19일에는 양파에 수출 관세를 40%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2022년 9월부터 비바스마티 백미에 2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해 왔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해당 품목의 수출을 금지했다. 또 지난 8월 27일에는 바스마티 쌀 수출도 부분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2022년 5월 밀(wheat) 수출 금지에 이어 6월에는 설탕 수출을 금지했으며, 8월부터는 밀가루 중 강력분(semolina)과 중력분(maida)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사료용 쌀을 확보하고 에탄올 생산을 늘리기 위해 파쇄미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 정부는 2020년에 곡물 기반의 에탄올 생산을 허용하는 에탄올 혼합정책(EBP)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현지 농산물 물가가 급등하면서 인도정부가 갑작스럽게 수출 금지조치를 다수 발동하자 시장에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인도 농산물 수출 제한 배경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인도정부가 비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제한한 것은 2022년에 밀 수출을 금지한 것보다 더 큰 대외 충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기준 인도의 쌀 수출은 192억 972만 달러로 세계 1위이며, 양파 수출은 4억4945만 달러로 세계 2위에 해당한다. 이에 인도의 농산물 수출 금지조치는 국제 식량 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주요 수입국의 식량안보 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쌀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네팔, 방글라데시와 같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로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세계 쌀 수출의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인도 비바스마티 백미 총수출의 18%가 주변국인 네팔로 수출됐다. 작년 기준으로는 베냉, 케냐,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로의 수출이 확대됐다.
2022년 세계은행의 국가별 GDP 순위에 따르면 케냐 67위, 코트디부아르 82위, 네팔 99위, 모잠비크 124위, 베냉 126위, 토고 154위로, 인도의 비바스마티 백미 수출 주요 국가 중에는 개발도상국 비중이 높았다. 인도는 스리랑카, 싱가포르, 탄자니아, 콩고, 동티모르, 미국, 오만, 예멘, 파푸아 뉴기니, 중국 등에도 비바스마티 백미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9월부터 인도 비바스마티 쌀을 수입해왔으며, 2022년 기준 인도에서 가장 많은 쌀을 수입하는 국가다. 주요 쌀 생산국인 베트남도 2022년과 2023년 2분기 기준 인도 비바스마티 백미의 상위 수입국으로 집계됐다.
●국제 쌀 수급 우려… 일부 국가에선 ‘사재기’도 = 문제는 인도의 갑작스러운 쌀 수출 제한조치로 쌀 무역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스마티 쌀 수출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면서 미국 및 캐나다 등 바스마티 쌀을 주로 수입하는 국가에서 인도산 쌀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요 쌀 생산 국가의 국내 수요 증가와 인도 쌀 수출 제한조치가 더해져 7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 쌀 가격지수가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 7월 곡물 가격지수는 6월의 126.6p보다 0.7% 하락한 125.9p를 기록했으나, 쌀 가격지수는 129.7p로 6월 대비 2.8% 상승했다.
FAO는 아시아 시장의 인디카(Indica) 쌀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 엘니뇨로 인한 생산 감소에 대한 우려가 가격 상승을 견인했고, 인도가 비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금지한 것이 공급에 대한 불안을 확대해 국제 쌀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인도 국내에서도 수출용 비바스마티 쌀이 항구에 갇혀 물류업계와 수출업계에 피해가 발생했다. 결국, 지난 8월 29일 정부는 수출 금지조치가 발효되기 전 관세 납부가 완료된 쌀을 대상으로 수출을 허용했다. 인도정부는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소매업자, 수출업자, 가공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가격 협상을 추진할 전망이다.
●수출 금지 외에도 다양한 농업정책 모색 = 최근 인도가 농산물 수출 제한을 확대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인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기후재난으로 인해 농산물 생산이 감소할 것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국내 수급에 불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가뭄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는 수출 금지조치 외에도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농산물 저장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그 중 하나다.
인도정부는 농촌 및 농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연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올 회계연도의 인도 정부예산안은 전체의 2.8% 규모인 1조2530만 루피를 농업 부문에 할당하고 농민소득 보장제(PM-KISAN), 작물 보험료 지원(PM-FBY), 소규모 관개시설 확충(PM-KSY) 등을 추진하고 있다.
KIEP는 인도의 농촌개발, 식량작물 생산성 향상, 저장시설 구축과 같은 분야에 협력 수요가 클 것으로 판단되며, 한국은 인도 농업의 특성과 수요를 고려한 협력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국은 ▷다수확 작물 개발 ▷관개시설 인프라 확충 ▷농업인력 훈련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인도와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농업 분야에 ODA 경험이 풍부하고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통해 국가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적기”라고 덧붙였다.
 ▲[사진=AP/뉴시스] 유엔식량농업기구(FGO)는 지난 8월 4일 흑해 곡물 수출 협정에서 러시아가 탈퇴하고 인도가 쌀 수출 일부를 제한한 후 쌀과 식물성 기름과 같은 식료품의 세계 가격이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6일 한 농부가 인도 구와하티 외곽에서 수확한 쌀을 키질하고 있는 모습. |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