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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에도 침체는커녕 ‘과열’ 상태의 러시아 경제

작성 2024.10.30 조회 2,245

서방 제재에도 침체는커녕 ‘과열’ 상태의 러시아 경제

“전쟁 몇 년 더 끄떡없다”

 미, 추가제재 카드 꺼내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에도 불구 러시아의 국고는 온전하며 경제는 침체는커녕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몇 년 더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러시아 정부 경제 회의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AP/크렘린풀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제재가 고임금·인플레이션 속 경제성장 촉진 =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경제의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WP는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해진 서방의 제재에도 침체가 아닌 과열 위험에 놓인 상태라면서 막대한 군사 지출이 고임금과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경제성장도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방 제재 실패, 특히 러시아의 석유 수입에 타격을 주지 못한 주요 7개국(G7)이 시행한 유가 상한선제도 등으로 인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향후 몇 년 정도는 더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확보했다고 WP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인도와 중국에 싼값으로 석유를 수출하면서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으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됐지만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하고 결제에서 위안화 및 루블화를 사용하면서 피해를 줄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병력 확보를 위해 신병에게 전례 없는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쿠르스크 인근 벨고로드 지역은 신병 계약 보너스를 지난 8월 80만 루블(약 1200만원)에서 10월 300만 루블(4300여만 원)로 3배 인상했다. 지난해 벨고로드의 월 평균 임금이 5만5000루블(약 80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액수다.

러시아는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있으며 민간 부문의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임금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농장의 우유 배달원이 정보기술(IT) 업체 직원들과 비슷한 임금을 받을 정도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든 상태이다. 

실제로 최근 나온 러시아 경제인연합의 설문조사 결과, 기업의 82.8%가 근로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의 실질임금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2.9%가 올랐다. 저소득층의 임금은 무려 67% 나 급증했다. 

실업률은 2.4%로 떨어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경제문제 정부 회의에서 “러시아의 실업률은 (6월 이후) 3달 연속으로 역대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며 러시아 노동 시장이 긍정적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감소해 현재 9% 미만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올해 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이 3.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세계 평균 경제 경제성장률인 3.2%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력난·불균형 등 어려움 있어” =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여전히 어려움과 불균형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차적으로 러시아 내부적인 산업, 농업, 금융 분야의 어려움에 더해 외부 제재와 인력·기술·물류 부족 등 러시아 경제 구조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인이 소비자 물가에 반영돼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황을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수요 측면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상품·서비스의 생산을 늘리며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 착수와 현대적 일자리 창출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의 노동 시장과 물가 등 주요 경제 상황은 3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입대 계약금 등 금전적인 보상을 내걸고 있고, 그 결과 임금이 급등하고 민간 부문 인력난과 물가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의 인력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난 3월 타지크족이 연루된 쇼핑몰 테러 이후 저소득층 일자리를 메워주던 중앙아시아 이민자들이 대거 추방된 것도 인력난을 부추겼다.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에만 14만3000명에 달하는 중앙아시아 이민자들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기존 이주노동자들이 전쟁으로 보내지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러시아에 대한 이민자들의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내년 군사·안보 지출을 전체 예산의 40%, 국내총생산(GDP)의 8%가 넘는 1420억 달러로 잡았다. 이런 추세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규모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실제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난주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인 4%를 달성하지 못하고 2026년에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수년간 전쟁 계속 가능한 재정  = 그럼에도 러시아가 아직은 적어도 수년간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유럽에서의 밀실 로비와 정치적 의지 부족 등이 겹치면서 서방의 제재가 연이어 실패했으며 이것이 러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전쟁 수행 능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전환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경제지표 신뢰성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본격적인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인 블리디슬라프 이노젬체프는 경제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도 러시아는 향후 몇 년 동안 전쟁을 치를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노젬체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과는 다르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3년 정도 더 끌고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신식 무기를 생산할 수는 없겠지만 비록 재래식 무기라도 엄청난 양의 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서방의 제재와 노동력 부족으로 러시아가 무기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전망은 암울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추가 제재 카드 꺼내든 미국… 광물 포함 = 서방의 제재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추가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산 광물에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주요 7개국(G7)에 러시아산 팔라듐과 티타늄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미 당국자들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G7 재무 차관 회의에서 이 방안을 제시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제재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을 훌쩍 넘어가는 시점에서 러시아 경제를 추가로 옥죄려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다만 팔라듐과 티타늄이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며, 그간 서방 국가들이 원자재 시장 혼란과 공급망 붕괴 등을 우려해왔다는 점에서 실제로 제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 촉매제 등으로 쓰이며, 러시아가 전 세계 공급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티타늄도 항공기, 의료용 임플란트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러시아 기업 노르니켈이 전 세계 팔라듐 생산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세계 항공 부문에서 쓰이는 티타늄도 러시아 업체가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앞서 영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팔라듐을 제외한 러시아산 금속에 제재를 발표하자 제재 대상도 아니었던 팔라듐 가격이 12%나 급등한 바 있다. 

G7 회원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이번 제재안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팔라듐을 제재 목록에 올려놨으나 산업 전반에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이번 제재안에 대해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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