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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지역] 책 읽는 나라, 독일

ID : kitabr ㅣ10-05-18 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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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나라, 독일


                                                                                                                                      독일 아이리버
                                                                                                                  글로벌무역전문가 3기 서주리
 

  매일 출퇴근을 위해 S-Bahn(우리나라의 광역 전철)을 이용한다. 전철이 인간군상의 집결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듯 독일의 전철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독일 전철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은 한결 같았다. 열에 아홉은,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그 날 신문, 구독하는 잡지, 각종 서적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독일인의 손에는 항상 읽을거리가 들려 있다. ‘출퇴근 시간 전철, 한국이라면 피로에 지쳐 잠에 취하기 바쁘거나 DMB 시청, 신문 읽기 및 독서 등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 여긴 다르구나!’를 느끼며 우리나라가 아님을 실감했다. 그리고 더욱 신기했던 것은 모두 다른 종류의 읽을거리를 읽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신문을 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신문이 아니고, 잡지를 읽어도 모두 다른 종류를 읽고 있었다. 소설 및 다른 서적류는 말할 것도 없다. 슈퍼마켓에 가도, 전철역 근처 빵집에 가도 벽 한 쪽 진열대를 가득 차지한 것은 온갖 ‘잡지류(magazine)’였다. 이러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니, 독일인들은 ‘많이 읽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를 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독일의 출판산업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까?

1. 황금알을 낳는 독일의‘언론, 출판 산업’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2007년에 독일 출판계는 96억 유로(한화 약 17조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는 독일 전체 문화경제 수입의 10%에 이르는 금액이다. 또한 매년 10월 개최되는 세계 최고(最古), 최대(最大) 도서 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uchmesse)은 매년 30만 명 정도의 출판 관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독일의 출판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2008년 한 해 독일은 10억 권 이상의 책을 찍어냈다. 이는 모든 독일인이 한 해 약 12권 이상의 책을 샀다는 의미와도 같다. 독일 국민의 독서율은 서유럽국가 중 최고이며, 14세 이상 국민 4명 중 3명은 매일 신문을 읽는다고 한다. 이러한 국민 성향의 반증일까, 2008년 미국 발 경제 위기 속에서도 독일의 매출 상위 100개 출판사는 1.3%의 실질 매출 신장을 보이며,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출판은 수출로도 이어지고 있는데, 2007년 한 해 9000여 개의 출판 저작권을 수출하여 외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2. 책 읽는 나라, 독일

독일 사람들은 ‘읽는 행위’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는 것 같다. 그리고 읽을 거리에 대한 취향도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듯, 읽기에 대한 독일인들의 취향도 다양하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에만 2000여 개의 출판사가 존재하며 매년 9만 5천 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때문에 다양성과 질을 갖춘 도서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매우 넓다. 특히 독일은 ‘정규 간행물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각각의 분야별로 특화되어 있는 잡지 수만 3,600개에 이르며, 2300여 개의 일반 잡지는 매년 1억 2천만 부가 넘는 출판 부수를 자랑한다. 인기 있는 정기 간행물에는 시사 이슈를 다루는 Der Spiegel(‘거울’ 이라는 뜻의 독일어)과 Stern,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악셀 스프링어(Axel Springer)라는 언론사가 발행하는 빌드(Bild)지가 있다. 또한 독일어판 Reader’s Digest, weekly Bunte(lifestyle), Focus(news)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간행물이다.
 

3. 출판 강국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

어째서 이렇게 ‘독서’가 생활의 큰 부분이 될 수 있었던 걸까?
많은 사람들은 이 이유를 ‘어릴 때부터 생활화한 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글자를 인지하기 전부터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으며, 잠자기 전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풍경은 독일 가정에서는 너무도 흔한 풍경이다. 이러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독서는 ‘시간 내서 해야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으로 거부감 없이 자리잡아 가게 된 것이다.

또한 지방 자치 단체나 학교, 도서관, 지역 서점들이 ‘독서 촉진 운동’을 활발하게 행하고 있는 것도 독일 국민들의 ‘책 사랑’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일례로, 전국 책 읽기 날(Bundesweiter Vorlesetag) 행사는 독일 각지에서 해마다 열리는 행사로서, 독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책 읽기를 장려한다. 서점을 경영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서점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책 읽기 대회를 개최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독서의욕을 고취시키고 책을 잘 읽은 학생들에게는 상도 수여한다. 특히 독일서적상업협회에서 주관하는 책 읽기대회 Vorlesewettbewerb는 6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청소년 책 읽기 대회이다. 독일 전역의 약 8,000여개 학교에서 해마다 약 700,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전국 학교의 6학년(김나지움 2학년) 학생들 중 자신이 선정한 책을 책의 느낌을 ‘가장 잘 살려 읽는’ 학생을 학교, 시, 도 단위를 거쳐 선발한다. 이렇게 뽑힌 학생들은,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최종 결선 대회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게 된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학생들은 책 읽기가 단지 읽는 행위를 넘어선 오락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밑거름을 함양하게 된다. 컴퓨터, 텔레비전 등 영상 매체의 홍수에 살고 있는 가운데서도 매일 책을 읽는다고 답한 독일 청소년들이 전체의 40%를 상회한다고 한다.

4. 책을 많이 읽어서 질타를 받는 나라?

2010년 3월, 세계 야생보호기금협회(World Wildlife Fund)는 독일 출판협회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책을 만드는 데 쓰이는 펄프가 아시아의 주요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기후 변화, 야생 동물의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독일 WWF 지부가 독일 가정의 아이들이 갖고 있는 책을 조사한 결과, 원료가 되는 펄프가 열대 처녀 우림 지역에서 나는 나무인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 TV와 같은 영상매체의 발달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독일 사람들은 종이를 선호한다. 독일에서 1년에 소비되는 종이의 양이, 아프리카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연간 소비되는 종이의 양을 합친 것을 상회한다고 하니 이런 소송의 제기가 터무니 없다고만은 들리지 않는다. 때문에 요즈음 독일 출판계에서는, 환경을 덜 파괴시키는 세계삼림관리협회의(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해 책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한 WWF는 독일 국민들에게도 재생 종이나, FSC가 인증한 종이를 사용한 책을 이용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더불어, E-book reader, 스마트 폰, 노트북과 같은 휴대 가능한 전자기기는 독일인에게 새로운 읽기 수단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읽는 행위에 대한 독일인들의 열렬한 애정, 언론

및 출판 산업이 발전 모습을 보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열사의 말씀을 떠올렸다. 더불어‘책 읽기는 좋은 것이지만 어쩐지 하기 싫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또한 ‘책’이라는 유산을 통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논리력을 쌓고 나아가 이를 전시산업, 출판 저작물 거래를 통해 문화 수출로까지 발전시킨 것을 보고 부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우리도 독서를 즐기면서, 이를 통해 사유하는 시간을 갖고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면 안중근 열사의 당당한 후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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